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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 부채 이렇게 가다간…
우리 국민의 가계부채가 양과 질에서 모두 적신호가 커졌다.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 증가율, 상황능력 등 곳곳에서 취약점을 드러내면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거대한 시한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비교적 양호하다고 여겨졌던 고소득층의 채무도 과다차입 경향을 보이며 문제점을 보였고, 가용소득으로 원금을 갚기 어려워 이자만 갚는 가계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한국은행이 28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의 금융부채는 937조3천억원으로 전년대비 8.9%가 늘어났다. 이는 2007년 10.9% 이후 3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여기서 의미하는 가계는 일반적인 가계에 소규모 개인기업, 가계봉사형 민간단체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앞서 한은이나 금융감독원에서 밝힌 가계신용(795조3759억원)보다 범위가 넓다.

보고서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주택 거래량이 많아지고 주택시장이 회복됨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했으며 신용대출도 비은행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규모가확대돼 가계의 금융부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가계부채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한다면 금융시스템 안정성 유지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가용소득에 의한 부채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지난해 146%로, 2004년 114%, 2005년 120%, 2006년 129%, 2007년 136%, 2008년 139%, 2009년 143% 등 꾸준히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미국, 영국 등이 2007년 정점에 도달한 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조정이 진행되면서 뚜렷한 하락추세를 보이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보고서는 “가계부채 수준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확대된다면 금융시스템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소득층 채무상환능력 약화=저소득층 채무상환능력 약화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된 가운데 일단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저소득층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가계가 주로 이용하는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농.수.산림조합 등 비은행금융회사의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중 16.7%가 늘어났다.

이는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 5.4%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로 그만큼 가난한 사람들의 가계부채가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이에 따라 다른 금융회사보다 금리 수준이 2~3배가량 높은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은 물론 저신용등급 대출자의 현금서비스 한도소진율도 크게 상승했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신용등급 하위등급의 현금서비스 한도소진율은2009년 36.8%에서 지난해 말 42.1%로 5.3%포인트 상승했다.반면 상위등급의 현금서비스 한도소진율은 0.1%로 전년과 같았고 중위등급은 15.0%에서 14.8%로 오히려 떨어졌다.

▶고소득층도 ‘위험지대’?=고소득층의 가계부채가 양호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가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한 가계일수록 소득 대비 대출액 비율이 높아 과다차입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가능금액(담보가액)이 3억원 이하인 주택보유자는 소득 대비 대출액 비율이190%인 반면, 9억원이 넘는 주택보유자는 그 비율이 두 배 가까운 360%에 달했다.또 대출액이 소득의 6배가 넘는 과다차입자 중 절반가량이 담보가액이 9억원을 넘는 주택을 보유한 가계였다.

보고서는 또 “고가주택을 담보로 잡힌 가계일수록 이자만 내는 일시상환대출 비중이 높았다”면서 “이는 고가주택담보 대출자들이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로 과다차입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만기일시상환대출은 대출 기간에 이자만 내기 때문에 같은 금액을 매월 상환한다면 원금분할상환대출보다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이 때문에 큰 폭의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주택보유자일수록 최대한 많은 금액을 대출받기 위해 만기일시상환대출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그러나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고가 대형주택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고가주택을 담보로 과도하게 돈을 빌린 가계가 받는 충격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고가주택 보유자의 과다차입 문제는 소득 여력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무리한 차입을 통해 고가주택을 매입한 경우를 지적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원금은커녕 이자 갚기도 ‘허덕’=원금은 놔두고 이자만 갚는 가계가 많은 점도 가계부채 문제를 장기화하는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분할상환대출 확대 노력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내는 비율이 7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분할상환대출 중 거치기간 만료를 앞두고 기간을 연장하거나 기존대출을 중도상환한 뒤 다시 빌리는 방식으로 원금상환을 회피하는 비율도 36%에 육박했다.

2009~2010년 우리, 신한, 하나, SC제일, 농협 등 5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거치기간이 만료된 원금분할상황대출 중 기간연장은 19.5%, 중도상환은 16.3%에 달했다.즉, 10명 중 3~4명꼴로 거치기간이 만료됐으나 원금상환을 연기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원금상환 연기율이 높아도 금융상황이 안정돼 있다면 거치기간 및 만기 연장이 원활하게 이뤄져 원금상환압박에 처할 가능성이 낮지만, 은행의 대출태도강화로 연장이 제약된다면 가계부채 문제로 인한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자만 납입하는 관행은 가계부채의 점진적인 축소 조정을 저해해 가계부채 문제를 장기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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