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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카이스트생 자살 다시 본다
중고생 자살 매년 200명

대학·고시생 자살도 여전

승자독식·줄세우기 사회가

카이스트 사태 진짜 주범




자살로 제도나 사회를 평가하고자 한다면 모든 자살을 동등하게 봐야 한다. 자살하는 카이스트생만을 볼 것이 아니라 카이스트를 포함한 명문대 입학을 위한 승자독식의 경쟁 속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중고생들을,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해 발생하는 생계형 자살을, 그런 나락에 떨어지지 않으려는 불안감에 자살하는 타 대학생들의 자살을 봐야 한다. 

진정한 ‘승자독식’ ‘줄세우기’ ‘무한경쟁’은 카이스트생들이 거기에 오기까지의 여정이었다. 매년 중등생 자살이 200명에 육박한다.

언론의 주장이 맞다면, 4인은 카이스트에 남아 있길 원했고 원하는 모습으로 남기 위해 죽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왜 카이스트는 생명보다 더 소중했을까? 사법시험에 실패하는 학생들도 매년 꾸준히 자살하고 있다. 왜 어떤 이들에게 전문직이 되거나 명문대를 졸업하는 것이 생명보다 더 소중해졌을까? 카이스트 졸업한 이후의 승자독식 구조를 해체하려는 노력 없이 한 학교의 총장의 장학금 정책만을 비난한다면 이들의 죽음은 더욱 헛되어질 것이다.

어차피 카이스트도 숨막히는 대학입시의 경쟁을 뚫어낸 성적우수자들만을 뽑는다면, 카이스트의 전원전액장학금제도 자체가 사회 전체적으로는 자살을 양산하는 승자의 특혜 중 하나로 기능하지 않는지 항상 세심하게 관찰해봐야 한다.

기존의 전원전액장학금제도 자체의 학내 효과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서남표 총장은 2006년 부임하여 2007년 신입생부터 차등적 장학금 제도를 실시하였고 이로써 4년이 지났는데, 이 4년 동안 카이스트생의 자살 숫자(8명)는 제도 실시 이전 4년의 자살 숫자와 다르지 않다. 특히 2003년에도 4명이 자살하였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제도 시행 이후 4년 동안 자살한 8명 중 4명은 석ㆍ박사로서 차등적 장학금 제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학부생들만을 따져보자면 2001년, 2003년, 2006년에 학부생이 1명씩 자살하였으니 그 이후 5년 동안의 자살 숫자가 1명 늘어났다. 실제로 차등적 장학금 제도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카이스트 내에서의 경쟁도태 자체가 엄청난 낙인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닐까. 카이스트 밖에서는 ‘공부 잘하는 사람들을 국비로 무상 교육해주고 있으니 모든 게 잘될 것’이라고 발뻗고 편히 잘지 모르지만, 우수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경쟁을 유발하는 제도의 부작용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는가. 성적에 돈을 결부시켰다는 것이 낙인효과를 증폭시켰을 수 있지만 그것이 결정적이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남표 씨가 돈도 없고 장학금도 없는 카이스트에 부임한 뒤 펀드레이징을 열심히 하여 95%의 학생에게 전액장학금을 줄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 모두들 그를 교육영웅이라고 칭송했을 것이다. 그 학교에서 4명의 학생이 자살했다면 고립된 교육환경 개선, 비과학고 출신이나 하위 10%를 위한 무상 개인교습 등 더욱 섬세한 해결책들을 만들어내려고 했겠지만 총장 한 사람에게 모든 짐을 지우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모든 짐을 지울 때 우리는 복지국가로부터 한 발짝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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