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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밥퍼 500만그릇에 비춰본 대형교회
교회 사유화 논란에 휩싸였던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교회 관련 모든 재산을 관장하는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 이사장 직에서 물러난다. 봉사단체인 사랑과행복나눔재단만 맡는다는 것이다. 부인과 두 아들도 교회 주요 직책에서 사직해 각각 한세대 총장, 엘림복지재단, 국민일보만 책임지기로 했다. 서울 대조동 무허가 판자촌의 천막교회 개척 53년 만의 결별이다. 아직 이사회 추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실질적 은퇴라 해도 무방하다.
한국 개신교 성장과 교회 대형화 아이콘인 조 목사의 퇴진 의미는 작지 않다. 출석교인 80만명의 초대형 교회로 부흥시켰음에도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 다른 대형 교회들에 귀감이 된 것이다. 조 목사 일가는 그동안 교회 및 관련 법인 운영에 개입, 가족경영 등 교회 사유화ㆍ세습화 논란을 빚기도 했다. 늦게나마 “시작부터 교회를 소유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교회는 하나님과 성도들의 것”이라는 조 목사의 당초 약속 이행을 높이 평가한다.
현재 한국 교회는 구원해야 할 불신자들한테 도리어 손가락질받는 처지다. 전국 교회 십자가는 6만여개를 넘었지만 교인 수는 도리어 줄어드는 추세다. 개발연대 과정에서 성장한 초대형 교회의 ‘창업’ 목회자 책임이 크다. 교회 사유화ㆍ세습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교회 주도권을 둘러싼 목회자 폭행, 수십억원의 은퇴 목사 전별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회장 돈 선거 논란 등은 빙산의 일각이다. 심지어 교주 아들이 어머니한테 소송을 낸 경우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작고, 열린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민주적 수평적 개방적 교회로 나아가지 않으면 미국과 유럽처럼 쇠퇴의 길을 걸을지 모른다. 분열과 불행의 주체에서 행복과 화해의 도구로 변신, 예수 본연의 모습을 찾기 바란다.
노숙인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밥퍼’ 사랑나눔운동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988년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가 서울 청량리에서 시작한 밥퍼 운동이 최근 누적 500만그릇을 돌파했다. 그동안 연인원 20만명이 제공한 하루 1200명분 식사 봉사는 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 끼니를 해결한 예수의 오병이어(五餠二魚) 기적과 다를 바 없다. 밥퍼 운동이 최선은 아니지만 교회 대형화ㆍ사유화보다는 분명 예수 본질에 더 가까워 보인다. 수억원의 주일 헌금과 수만 교인 수를 자랑하는 대형 교회의 자성과 성찰, 회개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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