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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컨설턴트의 눈>지자체 지원은 최소화…재배농·고객 신뢰구축…고품격 축제로 바꿔야
김헌식 문화평론가

십수 년 전 곰취를 들고 동네 작목반 청년회가 군부대를 방문하기 시작했을 때, 양구 곰취가 전국적인 명물이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역적 특성상 일반 소비자보다 군인들이 많으니 마케팅 측면에서 불리해 보였다. 군복무 중인 장병들이 곰취를 사면 얼마나 살 것인가. 그러나 결과는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전국 각지에서 온 병사들이 각자 자신의 집에 선물을 보내기 시작했다. 강원도 양구의 무공해 곰취는 부모들에게 아들이 목숨을 걸고 번 피 같은 돈으로 구입해 보낸 값진 효도 선물이었다. 강력한 ‘아들 자랑 입소문’이 퍼졌다. 이렇게 지역 군부대의 적극적인 협조체계는 곰취 상품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도 많은 병사들의 가족들이 곰취를 찾고 실제 축제에 참가한다. 양구 곰취 축제 역시 작목반, 청년회, 부녀회가 주축이 되어 조촐하게 음식을 마련해 벌인 작은 동네 잔치에서 비롯됐다. 이를 보고 양구군 관계자의 지원에 따라 더 널리 알려지고 규모도 커지게 됐다.

축제전문가일수록 한국에는 축제다운 축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부와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관 주도형의 축제가 가진 이른바 자생성과 독립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책적 지원체계를 전적으로 부정할 필요는 없다. 유치(幼稚)산업 정책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산업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점에서 정부나 공적 기관에서 손을 떼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곰취 축제는 치명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다.

양구군 입장에서는 항상 지난 회보다 참여 인원을 더 많이 동원했다는 실적주의 정책을 중심에 둘 것이다. 하지만 양구군이 곰취 축제에 해마다 더 많은 홍보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역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곰취축제는 한참 곰취가 출하되는 와중에 시행된다. 축제 참여 인원이 늘어날수록 기존의 곰취 재배 농가와 연계된 고객들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현실적 고민들을 재배 농가들이 호소하기도 한다. 출하되는 곰취는 한정돼 있고, 올해와 같이 작황이 안 좋을 때는 공급이 제한되면 자칫 신뢰관계가 무너진다. 더구나 축제 행사장은 그렇게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고 진입 도로도 불편해진다. 고객과 행사 참여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른바 역티핑포인트의 문제가 발생한다. 무조건 축제의 규모와 네트워크를 키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적절한 인원을 축제에 참여시키거나 선별적으로 자격을 주는 것도 곰취 축제의 품격을 높이는 방법일 수 있다. 혹여 곰취가 단순히 대량생산의 이미지로 흐르면 그 품격은 더 떨어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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