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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공동체'...밑줄 자주 긋고 싶은 평론집

남들은 소설을 읽을 때, 문학을 좋아하는 이는 평론집을 읽었다. 예전엔 그랬다. 지금은? ‘시를 읽는 사람보다 시를 쓰는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다. 그러니 평론집을 누가 읽겠는가. 그러나 희소할수록 더 귀한 법. <느낌의 공동체>(문학동네. 2011)가 그런 책이다. 참고로 위의 따옴표의 말은 저자 신형철의 말이다.


책은 쉽게 읽힌다. 분량도 대부분 두 장 안팎.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냈다. 그러나 가볍진 않다.


“영화평론은 영화가 될 수 없고 음악평론은 음악이 될 수 없지만 문학평론은 문학이 될 수 있다. ‘뭔가’에 들러붙어서 바로 그 ‘뭔가’가 되는 유일한 글쓰기다.”


책에 나오는 이 말은 바로 이 책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문학평론이지만 문학에 가까운, 문학을 읽어주는 안내서다. 주요 시인과 소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해당 책을 읽지 않아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출판사는 “이 책을 읽어나가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도구가 있다면 이는 바로 연필일 것”이라고 전한다. 그만큼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많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그렇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받침의 모서리가 닳으면 그것이 사랑일 것이다. 사각이 원이 되는 기적이다. 서정시가 세상과 연애하는 방식이 또한 그러할 것이다. 42쪽


제목 <느낌의 공동체>는 무슨 뜻일까. 작가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어느 책에 따르면 인간의 세 가지 권능은 사유(thinking), 의지(wanting), 느낌(feeling)이다. 동사 ‘느끼다’에는 ‘서럽거나 감격스러워 울다’라는 뜻이 있다. 어쩌면 사유와 의지는 그런 느낌의 합리화이거나 체계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많은 글들에서 내가 적어 내려간 것도 나의 느낌이었을 것이다. 좋은 작품은 내게 와서 내가 결코 되찾을 수 없을 것을 앗아가거나 끝내 돌려줄 수 없을 것을 놓고 갔다. 그 희미한 사태를 문장으로 옮겨보려 했고 이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했다.”


‘좋은 작품은 내게 와서 내가 결코 되찾을 수 없을 것을 앗아가거나 끝내 돌려줄 수 없을 것을 놓고 갔다.’ 시인의 가슴에 남은 이 '느낌'을 함께 읽으며 공감할 수 있는 이가 많길 기대한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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