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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긍정심리학’의 대가 셀리그만 ‘백기’ 들다…왜?
낙관주의로 행복 설명하는 데 한계

웰빙은 성취감, 인간관계, 삶의 의미의 총체

‘아이가 없으면 삶이 훨씬 편하고 즐거운데 왜 부부들은 아이를 가지려 하는가?’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만(69ㆍ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심리학부)의 새 연구는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미국심리학협회장을 지낸 셀리그만은 그간 정신질환 치료와 상담이 중심이 됐던 심리학계에 ‘행복론’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대표저서 ‘긍정심리학, 진정한 행복 만들기’(2002) 등을 통해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고 행복해지는 훈련을 통해 증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셀리그만은 행복을 긍정적인 ‘기분’으로 설명하는 데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예컨데 그는 사람들이 브리지 게임에 몰두하는 이유를 주목했다. 브리지 게임은 카드게임의 일종으로, 돈을 거는 대신 복잡한 룰을 통해 지적 자극을 동반하는 두뇌 플레이가 강점이다. 스스로도 브리지 게임광인 셀리그만은 게임에 빠진 사람들이 모두 과정 자체를 즐기며 행복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히려 사람들은 전략을 세우느라 인상을 찌푸리고 게임에 질 경우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셀리그만은 “그들은 심리학자들이 ‘몰입’이라 부르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기지도 않았고 멋진 전략을 쓰는 데 따른 만족감을 추구하지도 않았다”면서 “마치 돈을 쌓아놓고도 더 벌기 원하는 헤지펀드 매니저처럼 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이 점에 착안해 셀리그만은 성취감을 웰빙의 핵심요소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 셀리그만은 신작 ‘잘 살기’(Flourish)에서 “성취감 자체가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Desiderata)일 수 있다”면서 “웰빙은 좋은 감정뿐 아니라 의미있고 건강한 관계, 성취감 등이 결합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가 꼽은 웰빙의 다섯가지 핵심요소는 긍정적인 감정, 몰입, 관계, 의미, 그리고 성취감이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아서 브룩스 소장도 ‘국가총행복’(2008)이란 저서에서 웰빙의 핵심요소는 기분이나 수입이 아니라 삶의 가치와 성취감, 관계에 있다면서 “역설적으로 고된 육아의 과정에 당신의 행복을 얼마나 기꺼이 희생했느냐에 따라 행복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셀리그만의 이 같은 태도변화가 그의 영향을 받아 국민들의 ‘GWB(general well-being)’ 지수를 측정하려는 영국 정부를 적잖이 당황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가’라는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들의 웰빙 지수를 측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셀리그만은 설문 결과는 당시 기분에 크게 좌우될 수 있으므로 삶의 만족도를 묻는 것 외에 인간관계와 성취도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캐임브리지 대학 연구팀이 유럽 23개국을 대상으로 이 같은 연구를 실행한 바 있다. 그 결과 덴마크와 스위스 국민의 웰빙 지수가 가장 높은 반면 프랑스, 헝가리, 포르투갈 국민의 삶의 만족도는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셀리그만은 ‘학습된 무력감’은 괴롭힘 등 부정적인 행위뿐 아니라 공짜로 얻은 동전처럼 기분좋은 일로도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슬롯머신에서 얻은 뜻밖의 횡재가 사람들의 웰빙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성취감을 느끼는 일에 몰두하며 관계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에 가치를 형성하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이에 대해 NYT는 “긍정심리학의 대가가 기분이나 낙관주의로 행복을 설명하려던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났다”면서 사실상 그가 백기를 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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