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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마을1축제>반딧불축제, 컨설턴트의 눈
빛, 자연, 사랑의 ‘반딧불 축제’, 지구촌 축제로 자리 잡아야



빛이 가진 상징적 의미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어둠을 깨치고 나오는 빛은 밝음과 사랑과 희망 같은 삶의 긍정적인 면을 의미해왔다. 어두운 밤, 불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세상 속에서 처음 하늘을 수놓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본 원시인들의 마음속에는 작은 등불 하나씩이 피어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과함은 모자람만 못한 법. 사람들의 빛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사랑의 차원을 넘어 이제는 공해의 수준이 됐다. 인공적인 빛의 과함이 진짜 빛을 못 보게 하는 아이러니. 이것이 현대인들의 삶이 됐다. 그래서일까. 이제 인공이 아닌 자연의 빛을 찾아가는 건 하나의 신비로운 체험이 됐다. 무주에서 해마다 열리는 빛과 자연의 축제, ‘반딧불 축제’는 바로 그 체험의 현장이다.

전북 무주군 설천면. 흔히들 무주 구천동이라 불리는 곳. 구천 명이 넘는 스님들이 살아서 구천둔 구천둔하다가 구천동이 됐다는 이야기가 내려올 정도로 웅장한 산과 신비로움을 간직한 곳. 설천(雪川)은 그 구천 명의 스님들의 쌀 씻은 물이 마을로 흘러내려 붙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이곳은 두메산골의 대명사로 불렸던 곳이다. 이 자연이 살아 있는 곳에서 ‘반딧불 축제’를 한다는 것은 그래서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제는 인공의 빛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연의 빛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도시와의 거리가 필요한 셈이다. 그렇다고 옛날처럼 무주를 찾아가려고 몇 시간씩 걸리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무주는 대전에서 무주로 가는 새로운 고속도로가 뚫려 시간도 거의 대전 가는 거리처럼 여겨질 정도. 하지만 그 무주로 가는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거기 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반딧불이 사는 세상. 자연이 살아숨쉬는 곳.

왜 굳이 반딧불이가 축제의 모티브가 됐는지는 이 신비로운 곤충의 생태가 말해준다. 반딧불이는 청정환경의 지표곤충.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다슬기를 먹이로 살아가는 이 곤충은 그 자체로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를 대변해준다. 따라서 ‘반딧불 축제’는 반딧불을 모티브로 하는 축제도 중요하지만, 그 축제가 만들어내는 무주라는 지역의 청정한 환경 이미지도 중요한 축제다. 무주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들에 반딧불이가 상징처럼 상표로 들어가는 건 그 때문이다. 청정하다고 백 번을 말하는 것보다 그저 반딧불이가 살고 있다는 말만큼 확실한 표현이 없는 셈이다.

중요한 점은 반딧불이가 짝짓기를 할 때 그 신비로운 불빛을 낸다는 사실은 이 축제에 사랑과 소통의 의미를 부가시킨다는 것이다. ‘반딧불 축제’를 흔히 ‘사랑의 축제’로 부르는 이유다. 단순한 의미 부여 같지만 이것이 갖는 파급효과는 크다. 즉, 이것을 지구애(愛)의 차원으로 확대하면 반딧불 축제를 좀 더 글로벌한 축제로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만나 사랑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빛의 차원으로 그려내는 반딧불이의 생태는 인류 화합의 상징적인 그림으로 승화될 수도 있다.

어둠이 깊을수록 빛은 밝은 법. 이것은 지금 우리 네 지구촌이 겪고 있는 상황을 거의 상징한다. 20세기까지 거듭해온 인류의 문명은 그 끝단에서 위기에 처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바로 이 위기에서 인류는 서로 간의 소통을 더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 그것은 생존이면서 인류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더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를 주제로 갖는 ‘반딧불 축제’는 바로 이 현재 인류가 희구하는 가치를 끌어안고 있다. 이 잠재성을 좀 더 널리 알린다면 무주는 빛과 자연과 사랑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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