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감물가와 통계물가 차이 왜?
치솟는 장바구니물가에도 통계지수는 언제나 4%대…소비자 체감폭 큰 농축수산물 8%만 반영 착시현상 불러
489개 품목 가중치 부여

평균내서 지수산출

그중 주기적 구입은

40~50개 품목에 불과

체감-통계 차이는 불가피

품질향상 따른 가격인상도

소비자는 상승으로 인식

                  …

당국 세태변화 반영

지표개선작업 추진





케이크 많이 드시나요? 손바닥 크기도 안 되는 조각케이크 값을 4000~5000원이라 매겨 놓은 커피숍도 허다하지요. 조그만 생일 케이크 하나 사려해도 1만5000원을 훌쩍 넘습니다. 여러 명 먹으려고 좀 큰 걸 골랐다가는 2만원도 모자라지요. 밀가루 값이 올랐다며, 계란이 비싸다며 이러저러해서 케이크 값이 계속 오른 탓입니다.

하지만 통계청이 산출한 소비자 물가지수를 보면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올해 4월 통계청이 집계한 케이크 부문 전국 평균 소비자 물가지수는 111.6입니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 2005년 평균 값을 100으로 놓고 계산한 수치입니다. 6년 전 1만원이었던 케이크 값이 지금도 1만1160원의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지요. 매년 돌아오는 기념일마다 몇 천원씩 오른 케이크 값에, 같은 가격이면 한참이나 줄어든 케이크 크기에 놀라는 소비자는 갸우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4%의 비밀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6년 동안 아동복 값 4%, 분유 값 6% 올랐다고?!=지난 달 통계청이 내놓은 지난 4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120.4였다. 1년 전과 비교해 4.2% 올랐다. 월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기준 지난 1월 4.1%, 2월 4.5%, 3월 4.7%였다. 물가가 무섭게 치솟는다는데 수치는 4%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4%. 무시할 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높은 숫자라고 하기 어렵다. 한번에 10~20%씩 무섭게 값이 오르는 먹을거리나 물건이 허다한데 4%라니…. 물가난에 허덕이는 소비자라면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소비자 물가지수를 산출할 때 반영하는 세부 항목 수는 489개에 달한다. 이 중 실제 가격과 동떨어진 조사 결과가 물가통계에 반영되는 사례는 케이크만이 아니다. 작년 4월 분유와 아동복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104.9, 106.6로 집계됐다. 지난 2005년 이후 분유, 아동복 값이 각각  4.9%, 6.6% 오르는데 그쳤다는 소리다.

리뉴얼이다, 유기농 재료를 추가했다 해서 해마다 분유 값은 치솟는데 현실과 달라도 한참 달랐다. 한국소비자원의 생활필수품 가격정보(T-price) 조사에서 올해 5월과 작년 같은 달 분유 가격을 비교했더니 인상률은 10.0%에 달했다. 통계청 소비자 물가지수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분유 값은 전년 동월 대비 오히려 0.3% 내렸다고 나온다. 같은 정부기관 조사에서도 분유 값이 1년만에 10% 올랐다고 하는데 통계청은 전혀 다른 수치를 근거로 소비자물가를 산출하고 있었다.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올 4월 기준 전세, 월세 소비자 물가지수는 113.4, 107.0에 불과했다. 지난 6년 동안 전세와 월세가 13.4%, 7.0% 올랐다는 말이다. 2005년부터 금년 4월까지 누적 물가 상승률이 20.4%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꿈의 주거복지(?)’를 실현 셈이다. 안타깝게도 현실과는 크게 동떨어진 통계였다. 해마다 수천만원 전세값 인상, 수십만원의 월세 인상 요구에 몸살 앓는 세입자에게는 다른 나라 얘기였다. 무려 6년 동안 전세 값을 13%밖에 올리지 않은 ‘천사표’ 집주인이 도대체 어디 있는지 통계청에 역으로 물어봐야할 정도다.

의류, 공산품, 통신요금 등 납득하기 어려운 물가 조사 결과는 이밖에도 여럿이다.

▶통계청, 물가지수 개편 주기 5년에서 2~3년으로 단축=통계청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다. 다만 소비자 체감물가와 실제 물가통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통계청 당국자는 “소비자물가 통계는 전체 489개에 달하는 품목을 가중치를 둬서 평균을 내 산출된다”면서 “보통 개인이 주기적으로 구매하거나 지출하는 품목은 40~50개 선으로, 체감물가와 공식 물가통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유난히 크게 오르내리는 농축수산물이 전체 소비자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것도 체감물가와 공식통계 간 괴리를 불러온다. 소비자 물가에서 농축수산물의 가중치는 88.4다. 전체 물가통계에 8.84% 정도의 영향력만을 끼친다는 뜻이다. 농축수산물은 다른 상품과 달리 먹을거리이기 때문에 자주 장을 본다. 그만큼 소비자가 가격 등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신선식품 값이 배 이상 무섭게 치솟아도 물가는 4% 선에 머문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또 “물가통계는 일관되게 동일 제품을 가지고 산출한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품질이 향상된 제품을 사는데, 그로 인한 가격 인상을 물가 상승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물론 통계청은 이런저런 원인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자 물가 산출 과정에 ‘구멍’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미 통계청은 소비자 물가지수 개편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통계청은 5년 주기로 소비자 물가 지표를 개편해왔다. 이번 작업도 그 일환이다. 2012년부터는 2005년 평균 물가가 아닌 2010년 평균 물가를 100으로 한 소비자 물가지수가 적용된다.

바뀐 세태를 반영해 물가조사 대상 품목과 가중치도 대폭 달라진다. 교육비 등 최근 5년 간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항목의 가중치는 높아질 예정이다. 담배 등 실제 지출에서 비중이 낮아진 품목의 가중치는 역으로 낮아진다. 점점 빨라지는 사회 변화 속도를 감안해 물가통계 품목별 가중치 조정 주기도 현행 5년에서 2~3년으로 줄어든다. 통계청은 올해 말 새로 단장한 물가지표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물가통계 개편 작업이 체감물가와 공식통계 간 차이를 싹 없애주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현장물가와 공식통계 간 멀기만 한 차이가 조금이나마 줄어들길 바랄 뿐이다.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newear@heraldcorp.com






MB, 밀가루·라면까지 챙겼건만

원재료 수입의존도 높아 난제로…


‘물가’. 우리가 사들이는 재화의 최종 가격인 만큼 경제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몸에 병이 생기면 얼굴이 편안치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에 병이 생기면 물가가 출렁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08년 4월, 서민경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는 소비품목 52개를 정해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물가를 잡겠다며 ‘MB물가지수’를 만들었다.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갖고 챙겨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당시 밀가루 라면 배추 무 두부 파 마늘 세제 휘발유 경유 LPG 자장면 전철료 시내버스료 가정학습지 등이 MB물가지수에 포함됐다. 하나같이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품목들이다.

하지만 2008년 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고, 해외 곡물 파동으로 식품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결국 청와대와 정부는 그해 말 MB물가지수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과거와 같은 직접 통제 방식으로는 물가를 잡는다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물가잡기에 완전히 손을 놓아버린 것은 아니었다. 올해 초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 등의 발언을 한 이후 정유4사가 업계 공동으로 리터당 100원씩을 인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유업계는 이를 위해 연간 6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감수해야했다. 또 최근에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이 손을 잡고 통신비를 낮추기 위한 압박 또한, 성과물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환율을 낮춰 수입물가를 낮추자는 논란도 결국에는 물가를 둘러싼 논란에 다름아니다. 우리나라가 각종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하다보니 결국 환율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반대로 환율이 내려가게 되면 수출업체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퇴임하면서 “물가를 잡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말할 정도로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우리의 경제구조상 이제 물가는 상당히 풀기 어려운 숙제가 돼버렸다.

박지웅 기자/ goa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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