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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박스>그림 못그려도 보는눈은…
캐디를 시작한 지 1년여쯤 됐을 때 일입니다.

골프장과 관련된 모든 것이 새롭고 마냥 신기하기만 하던 시절에 “나도 이제 골프를 배워봐야지” 하며 연습장에 등록하고 한 3일쯤 되었을까요. 그날은 아침 일찍 연습장에 가서 볼 한 바구니를 산 뒤 7번 아이언으로 열심히 똑딱볼을 치고 있는데, 코스관리과 팀장께서 저에게 그립 쥐는 방법을 알려주셔서 감사히 잘 배우고 경기과에 출근을 했습니다. (사실 그분은 싱글 골퍼였거든요.)

그날 아침도 다름없이 고객님들과 상쾌한 기분으로 즐겁게 라운딩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한 고객께서 본인의 샷에 불만이 느끼고 자꾸만 OB가 나니 저한테 뭐가 문제인지 여쭤보시더라고요. 저는 그때 아주 당당하게 클럽 페이스가 열려서 그런 것이니 그립을 좀 안쪽으로 돌려잡으라며 열심히 어드바이스를 하면서 잘난 척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왠일인지 자꾸만 뒤통수가 따갑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아까 저를 지도해주신 팀장께서 조소(?)를 날리고 계시더군요. ‘흐억.’ 그 팀장님은 좀 악동 기질이 있던 분이라서 내심 걱정이 되던 찰나에 기어이 한마디를 하시더군요. 물론 손님 먼저 보내고 저를 부르시더니 “야! 너는 볼도 못 치면서 누구를 가르치냐? 가소롭다”고 말이죠. 창피하기도 했지만 막상 그런 말을 듣고 보니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순간 제 입에서 튀어나온 말 “팀장님, 팀장님은 그림 잘 그리세요? 그림 잘 못 그린다고 보는 눈도 없나요? 못 그려도 좋은 그림 알아볼 수 있잖아요. 노래는 못해도 좋은 노래 들을수도 있고요. 안 그래요?” 그 말에 팀장님, 완전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했는지 참 제가 뻔뻔한 아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지금도 적절한 비유였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팀장님, 잘 계시죠?

<쎄듀 골프서비스연구소 차돌박이ㆍ(전선운산 골프장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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