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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니스토리]박준현과 삼성증권을 주목하라
한다하는 금융투자회사 최고경영자들을 만나 성공 투자비결을 물어보면 답변은 크게 세 가지다. “장기투자 하세요” “분산투자 하세요” “적립식투자하세요”

뻔하지만 맞는 말이다. 이대로 하면 된다. 그럼 도대체 이 세가지 투자전략이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투자회사들은 무슨 역할을 한다는 것일까? 사실 이 세 가지 대답의 이면에는 ‘잘 모르겠다’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물론 급변하는 시장에 대한 겸손의 뜻도 있겠지만, 달리보면 고객한테는 돈을 맡기라고 권하면서 정작에는 맡긴 돈이 단기적으로 어찌될 지 잘 모르겠다고 발뺌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최근 열린 삼성증권 글로벌 포럼에서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성장배분, 위험배분, 역동적자산재조정을 자산관리의 3대 키워드로 제시했다. 장기투자, 분산투자, 적립식투자와 비교해 말이 좀 어렵지만, 빠른 속도로 변화가 진행되는 최근 글로벌 경제환경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역시 그 동안 비서실 출신의 역대 사장들과 달리, 미국 월가(街)에서도 통한다는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의 자산관리전문가 다운 내공이다. 하지만 이 세가지 키워드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그냥 한 상품에 묵혀놓으라고만 하던 금융투자회사가 이제는 시장상황에 따라 뭔가 역동적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데 있다.

사실 박준현 사장은 삼성증권, 자본시장을 완전히 바꿔놨다. 나아가 본격적인 자산관리시장을 열었고, 증권사와 은행간 경쟁시대의 밑그림을 그렸다. 성공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 자산관리시장이란 뭘까? 특정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A펀드가 좋다, B상품이 좋다는 식의 영업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자산관리영업은 고객이 맡긴 돈을 고객의 투자스타일에 맞도록 어찌어찌 관리해주겠다는 영업이다. 공급자 중심의 상품판매 영업이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영업으로 바뀐 셈이다. 이렇게 되니 금융수퍼마켓이라며 자산관리 영업을 자처했던 은행과의 경쟁은 불가피해진다. 증권사에서 자산관리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고객은 더 많은 돈을 은행에서 증권으로 옮겨야하기 때문이다.

자산규모에 따른 금융상품 및 서비스 차별화도 박 사장이 일으킨 변화다. 이전에는 고액자산가나 일반투자자나 구별없이 공모형상품이라면 모두 같은 종류의 상품에 돈을 넣었다. 하지만 박 사장이 일으킨 자산관리 변혁 이후 랩어카운트와 헤지펀드 등을 통해 자산규모별로 투자상품이 분류되고 있다.

해외투자에 과감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국내 부의 해외투자를 위해서, 진정한 투자은행(IB) 도약을 위해서 해외는 필수다. 자산관리 영업에서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해외 투자로 이익목표를 초과하지 못한 탓에 지난 해 삼성그룹 계열사 평가에서 ’B‘에 그쳤지만, 앞으로 ‘A’나, ‘S’를 받을 가능성은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홍길용기자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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