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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시장 중심 ‘북미ㆍ유럽’에서 ‘동북아’로 대이동
세계 석유시장의 중심이 서에서 동으로 대이동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국가가 석유 수급ㆍ정제 부문에서 빠르게 덩치를 늘려 북미, 유럽을 곧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3일 한국석유공사는 ‘최근 동북아 중심 석유시장 추이 및 특징’ 보고서에서 “수에즈 운하를 중심으로 전통적 강세지역인 서쪽을 제치고 동쪽이 세계 석유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ㆍ가스 생산지가 몰려있는 중동의 수에즈 운하를 기준으로 서쪽은 대서양을 면한 북미와 유럽 지역을, 동쪽은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동북아시아 지역을 뜻한다. 지금까지 북미, 유럽으로 가있던 석유시장 패권이 동아시아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석유 수요, 공급, 정제 부문 통계에서도 이런 변화는 뚜렷이 나타난다. 2009년과 2015년 양대 석유시장 수급ㆍ정제 규모 확충 전망치를 비교한 결과 서쪽은 제자리 걸음이지만 동쪽은 눈에 띄게 확대될 것으로 조사됐다. 북미, 유럽 등 지역에서 수요, 공급, 정제 규모는 일일 기준 40만배럴, 110만배럴, 40만배럴 각각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같은 기간 동북아시아 지역 석유시장 규모는 일일 공급량을 기준으로 ▷수요 470만배럴 ▷공급 370만배럴 ▷정제 610만배럴 확대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석유공사는 이 보고서를 통해 “정제시장만 보더라도 이윤 하락을 이유로 201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일일 생산량 기준 총 700만배럴의 정제능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전통적 강세지역이었던 서쪽 지역은 ‘효율’을 중시하기 시작했지만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은 수출 지향형 정제능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폭증하고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석유 수요까지 감안할 때 자연히 시장의 중심점이 아시아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플래츠(Platts) 등 국제 석유가격 평가기관은 앞으로 국제 원유시장의 기준가격이 중동산 두바이유,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북해산 브랜트유에서 동북아시아를 관통하는 ESPO(동시베리아 송유관) 원유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한국 석유산업에게 이런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그동안 아시아 석유 중심지 역할은 서쪽과 동쪽 중개지 위치에 있던 싱가포르가 맡았다. 세계 석유중심지의 ‘동진(東進)’에 맞춰 싱가포르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대신 다음 패권국 자리를 놓고 중국과 일본, 한국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석유공사는 이 보고서에서 “중국은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석유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고, 장기간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은 아시아 역내 석유시장에서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동북아 오일허브(석유중심지)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도 선도자 위치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newe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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