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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덕은 내 영화의 아버지”…‘풍산개’ 전재홍 감독
“김기덕 감독님과 같이 있었죠. 분개했습니다. 한순간에 모든 게 폭파되고 붕괴된 느낌이었습니다. 전쟁터 잿더미 한가운데에 김 감독님과 저, 둘만 남아 있는 듯했어요.”

‘풍산개’의 전재홍(34·사진)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수하에서 함께 연출부를 했던 장훈 감독이 스승과의 약속을 깨고 메이저 영화사와 계약했을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 감독은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은 자전적 다큐멘터리 ‘아리랑’에서 “장 감독이 나도 모르게 메이저와 계약했다”고 주장하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김 감독을 ‘내 영화인생의 아버지’라고 꼽는 전 감독으로서도 선배인 장훈과의 관계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전 감독은 “엊그제 (장)훈이 형에게 ‘풍산개’ 시사회에 오라고 얘기했다”며 “먼저 전화를 걸긴 힘들었지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감독도 장 감독을 ‘용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 감독은 “김 감독님만 알겠지만 ‘내 제자들끼리 싸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시더라”고 전했다.

전 감독은 고 1 재학 중 가족이민차 도미해 웹스터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한편 오스트리아 빈시립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동 시대인들과 가장 폭넓게 교감할 수 있는 예술’을 하고 싶어 영화에 뜻을 두던 중 김기덕 영화를 보고 ‘꼭 이분께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전 감독은 외할아버지인 원로 화가 김흥수 화백을 통해 어렵사리 김 감독의 전화번호를 알아냈고, 정작 자신은 엄두가 나지 않아 어머니의 손을 빌렸다.

전 감독의 어머니가 “아들이 감독님께 영화를 배우고 싶어한다”며 김 감독에게 전화를 놓았고 전 감독은 지난 2005년 무작정 칸 영화제를 찾아 김 감독을 만났다. 김 감독이 “바로 너냐. 그럼 한국에서 보자”고 한 게 스승과 제자의 첫 만남이었다.

전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윤계상, 김규리 주연의 ‘풍산개’는 휴전선을 넘나들면서 편지와 사람, 물건을 전달하며 사는 한 남자와 배달 대상이 된 북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코미디, 액션, 멜로가 섞인 이 영화는 돈의 노예가 된 남과 이념의 꼭두각시가 된 북의 사람들이 빚어내는 희ㆍ비극을 과감한 극 전개와 빠른 속도감으로 그려냈다. 전 감독은 “30대의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나다운 작품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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