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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소녀 휴대전화 해킹…英언론 과열취재
유명 인사들의 휴대전화 음성메시지를 도청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영국의 타블로이드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가 살해된 10대 소녀의 휴대전화까지 해킹했다는 보도가 나와 언론의 무분별한 취재 행태가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뉴스오브더월드의 휴대전화 해킹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2002년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소녀 밀리 다울러의 부모에게 딸의 실종 당시 휴대전화가 해킹됐다는 사실을 전했다고 변호사 마크 루이스가 4일 공개했다. 2002년 3월 잉글랜드 남부의 서리주에서 당시 13세였던 밀리 다울러가 실종되자전국적인 수색 작업이 펼쳐졌으며 실종 6개월 뒤 숲에서 그녀의 유골이 발견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뉴스오브더월드가 다울러의 가족과 친구가 남긴 음성 메시지를 녹음했을 뿐 아니라 음성사서함에 저장 공간을 확보하려고 메시지를 삭제하기까지 했다고 5일 보도했다. 루이스 변호사는 뉴스오브더월드의 해킹이 경찰 수사를 방해했다면서 다울러의 가족이 세계적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이 신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오브더월드는 그동안 왕실 인사, 정치인, 배우, 가수 등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집중적으로 캐내는 보도 행태를 보여왔다. 비난여론이 확산되자 뉴스오브더월드의 레베카 브룩스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번 주장은 도저히 믿기 힘든 내용”이라면서 “주장의 진위가 밝혀지면 강력히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뉴스오브더월드의 해킹이 처음 공개된 것은 왕실 담당기자 클리브 굿먼이 왕족들의 휴대전화 음성 메시지를 해킹한 사설 탐정의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한 혐의로 2007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부터다.

당시 편집인이었던 앤디 쿨슨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지난해 5월 보수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공보 책임자로 복귀했으나 그가 후배 기자들에게 해킹을 독려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올초 물러났다. 의혹이 잇따르자 경찰은 올들어 전면적인 재수사에 착수했고 기자와 편집간부 등이 구속되면서 피해자들로 보이는 명사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유명 여배우 시에나 밀러와 스카이뉴스의 유명 스포츠 해설자가 신문사측으로부터 배상을 받았으며 현재 영화배우 주드로, 인테리어 디자이너 켈리 호펜, 노동당 의원 크리스 브라이언트, 고든 브라운 전 총리, 토니 블레어 전 총리, 피터 만델슨 전 기업부 장관, 최근 결혼한 케이트 미들턴 등도 피해자라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실종 소녀의 휴대전화까지 해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이하 뉴스코프)이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BSkyB)를 인수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인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총리를 지낸 노동당 정치인 존 프레스콧은 BBC라디오에서 “이들은 메이저 언론을 경영하기에 적합한 사람들이 아니다”고 비판하면서 정부가 뉴스코프의 스카이 인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럴드생생뉴스/on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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