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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곗돈 500억 주무르던 30대 역삼동男 결국...
2008년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강남 귀족 계(契) ‘다복회’ 사건에 버금가는 사기 사건이 경찰에 적발됐다.

계의 전체 규모가 최대 500억원 수준이었다는 증언까지 나오는 가운데 계를 운영했던 인물이 강남 일대에서 이름난 계주를 어머니로 둔 30대 초반의 남성이라는 점에서 화제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꾀어 계원을 모집하고 곗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혐의(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A(33)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공동계주로서 계원들을 관리한 B(40ㆍ여)씨와 자금책 역할을 한 B씨의 남편 C(40)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강남구 역삼동의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려 여러 계좌의 계를 운영하면서 약속한 곗돈을 지급하지 않고 계원 36명에게 5억5000만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곗돈 수령 순번이 돌아온 계원에게 “원금의 120~230%를 돌려주겠다”고 꼬드기는 수법으로 계원 100여명으로부터 20억5000만원을 불법으로 투자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A씨는 불과 30세였던 2008년에도 강남 일대에서 ‘금복회’라는 계를 조직해 비슷한 수법으로 운영하다가 이듬해 곗돈을 떼어먹고 문제를 일으킨 전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지방의 한 대학 3학년을 중퇴한 후 일찍부터 계 운영에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A씨에 대해 ‘젊은 사람이 똘똘하다’, ‘양심껏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금복회에 가입했다가 곗돈과 투자금을 날렸다. 문제가 발생하기 직전 금복회는 몸집이 불어나 전체 자금이 500억원에 달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A씨는 계주와 총무를 겸하며 장부관리를 비롯해 재투자 유도, 이자상환 등 구체적인 실무를 직접 도맡아 했다. 한 피해 계원은 “A씨 어머니도 강남 일대에서 이름난 계주였다”며 “어머니 밑에서 계를 접하다가 대규모 계를 운영하면 쉽게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숨겨진 장부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 밝혀진 피해액은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계는 전체 규모가 200억~300억원에 달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남 오피스텔에 자리한 수백개에 달하는 계 중 불법 유사수신 행위를 하거나 계주가 곗돈을 착복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 모임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 계원들이 돈을 아예 못 받을까 봐 계주를 고소하는 것도 꺼려 내부 제보가 없으면 단속과 혐의 입증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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