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전’의 배급사 쇼박스는 오는 17~18일 전국 153개 스크린에서 각 1~2회차씩 ‘유료시사회’를 명목으로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쇼박스는 김 감독의 비판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감독의 지적처럼 일부 영화가 개봉일을 앞당기거나 대규모 시사회를 하게 되면 앞선 개봉작들은 황금시간대 상영기회를 빼앗기거나 심한 경우 조기종영된다. 이것이 업계 내에서 ‘퐁당퐁당’이라는 은어로 불려왔던 교차상영 문제로, 한 상영관에서 하루에 2편 이상의 작품을 교대로 상영하는 것을 일컫는다.
최근 여름성수기를 맞아 대작 한 두편이 상영관 대부분을 차지하고 주요 작품들이 개봉일을 하루나 이틀씩 앞당기면서 스크린독과점문제와 교차상영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영화계에선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업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때 ‘한 영화가 멀티플렉스의 상영관을 동시에 30%이상 차지하는 것은 금지해야 한다’는 방안이나 ‘독립영화나 작은 영화에 대해 극장의 의무상영일수를 부과하는 마이너쿼터가 필요하다’는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실효성 문제나 법안화의 어려움 등으로 현재로선 논의가 완전히 수면밑으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다만 CJ CGV나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너스 등 전국적인 체인을 갖고 있는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영화배급사나 영화제작사에 불이익을 주는 ‘불공정행위’만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대상일 뿐이다.
영진위가 이달 내 발표예정인 ‘표준상영계약서’는 극장이 배급사와 계약을 할 때 상영일수를 명시하도록 하고, 교차상영을 할 경우엔 불이익을 당하는 영화에 대해선 그만큼 상영일수를 늘이거나 부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보상하게 돼 있다. 또 종영시점에 대해서도 영화의 점유율을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세부적인 단서조항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표준상영계약서’는 강제력이나 제제방법이 없는 업계권고안일 뿐이어서 얼마나 파급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독과점과 변칙상영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는 투자-기획-제작-배급-극장 등을 수직계열화한 일부 대형영화사들이 좌지우지하는 한국영화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