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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상대 ‘임기말 충성도-조직장악’ 적임 낙점
한상대(52·연수원 13기) 서울중앙지검장의 차기 검찰총장 내정은 임기 말 국정과 검찰조직 안정을 포석으로 둔 복합적 역학관계의 산물로 풀이된다.

비(非) 대구·경북(TK)으로 정치색이 옅은 서울 출신이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출신이란 점에서 지역색을 피하면서도 충성도를 염두에 둔 낙점 의도가 읽힌다.

경북고 출신인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으로 TK는 더 이상 검찰총장에 앉힐 수 없게 된 사정도 한 지검장에게는 결정적인 메리트가 됐다는 분석이다. ‘의리 있는 충성파’로 청와대에 어필한 면도 없지 않다.

수핵탈출증(디스크)으로 인한 병역면제라는 약점도 이런 변수가 작용한 덕분에 상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상대 카드’는 임기 말 권력누수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수사권 조정으로 생채기를 입은 검찰 내부를 치유하는 데 가장 적합한 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지검장 입성과 함께 검찰 안팎에서 ‘한상대 대세론’이 일었던 것도 이런 분석과 일맥상통한다.

한 지검장의 발탁은 깔끔한 사건 처리라는 ‘실력 보증’과 함께 원칙주의자로서의 행보에 기인한다. 중앙지검장이라는 시험대에서 민감한 사안들을 매끄럽게 넘겨 합격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지검장 취임 직후 미국으로 도피했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BBK 의혹 당사자인 에리카 김이 잇따라 귀국한 것은 그에게 중대한 위기이자 기회였다.

그림로비, 태광실업 세무조사 직권남용, 기획입국설 등 꼬리를 무는 물음표를 몰고온 한상률 전 청장은 현 정권의 비밀을 간직한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됐을 정도였다. 또 순순히 걸어들어온 에리카 김의 입에서도 어떤 폭탄 발언이 터져 나올지 좀처럼 예측하기 힘들었다.

한상률 의혹을 두 달이 채 안 돼 큰 잡음 없이 종결지은 점은 한 지검장의 지휘능력을 확인하는 보증수표 역할을 했다. 에리카 김 사건도 의혹 증폭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후 북한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결론 내린 농협 전산망 해킹, 재벌그룹 오너를 법의 심판대에 세운 오리온 비자금 사건 등 굵직한 현안을 무난하게 처리하면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한 지검장은 중앙지검 입성 직후 “시대가 변하면 수사도 변해야 한다”며 분석·과학수사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해 상당 부분 실제 수사에 관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든 조사와 조서 작성은 검사가 직접 하도록 하고 사무국의 과도한 인력을 수사파트로 돌리는 등 조직 정비에 박차를 가했다.

일각에서 ‘총장 노리는 분이 너무 나가시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대기업이라면 놀고먹을 수 있겠느냐. 일한 만큼 평가 받아야 한다”며 원칙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한 지검장이 검사생활 초기부터 두각을 나타낸 것은 결코 아니다. 1987년 평검사 때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일한 것을 빼면 검사로선 누구나 선망하는 특수·공안 경험이 적은 편이다.

대신 1992년 초대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파견되는 등 국제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풍기는 이미지와 다르다’고 농담을 건네지만 실제 그의 영어실력을 접하면깜짝 놀란다고 한다. 지난달 세계검찰총장회의 때 첫 세션 의장직을 맡아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주미대사관 근무 당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미공사였던 때로, 반 총장과는 최근 한 국제행사에서 조우해 회포를 풀 정도로 친분이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화려한 특수.기획 경력을 다져온 경쟁자들에 비해 크게 내세울 게 없었던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 뒤늦게 실력을 인정받아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과 중앙지검장에 오르며 승승장구한 끝에 검찰 총수 자리를 예약했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차동민 서울고검장이 결점이 거의 없는 경력임에도 ‘무난한 엘리트’로 정권에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 탓에 상대적인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도 있다.

국회 청문과정에서는 현 정부 핵심 인사들과 오버랩되는 군 미필이라는 약점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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