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세인트조지는 더스틴 존슨의 위협적인 장타에도, 필 미켈슨의 날카로운 숏게임에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대신 예민한 사람을 달래듯, 내리는 비와 불어닥치는 바람에도 아랑곳않고 페어웨이와 러프, 그린 언저리를 가리지않고 핀을 향해 샷하는 법을 알고 있었던 마흔세살 대런 클라크를 택했다.

유럽의 소국 북아일랜드의 베테랑 대런 클라크가 제140회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우승을 달성했다.

클라크는 18일(한국시간)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장(파70ㆍ7211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1개에 보기 3개를 곁들여 이븐파 70타를 쳤다. 클라크는 최종 합계 5언더파 275타를 기록하며 스무번째 디오픈 출전에서 드디어 클라레 저그를 품을 수 있었다.

43세인 클라크는 지난 67년 44세의 나이로 우승했던 로베르토 데 빈센조(아르헨티나) 이후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아이언샷은 임팩트 후 팔로스루가 짧은 ‘아저씨 스윙’에, 퍼트 역시 백스윙과 팔로스루가 짧아 웬만한 선수는 따라하기 힘든 자신만의 퍼팅스트로크를 앞세운 클라크.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풍모(?)는 아니었다.

게다가 클라크의 앞에서 플레이하고 있던 필 미켈슨이 전반에만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기록하는 무서운 상승세로 한때 5언더파 공동선두로 따라붙자 우승의 향방은 안갯속으로 빠져 드는 듯 했다. 그러나 클라크가 7번홀(파5)에서 투온에 성공한 뒤 6m에 가까운 이글퍼트를 성공시켜 두 타차로 달아났고, 이후 미켈슨은 보기를 잇달아 범하며 우승경쟁에서 탈락했다.

클라크와 동반한 미국의 신예 장타자 더스틴 존슨은 거의 모든 티샷을 클라크보다 더 멀리 보내고도, 어프로치와 숏게임에서 정교함이 떨어져 추격을 하지 못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4번홀(파5)에서 티샷이 OB가 되면서 2타를 잃어 고개를 떨궜다.

클라크는 후반 들어서 우승이 다가오자 조금은 긴장한 듯 담배를 피워물고 굳은 표정으로 페어웨이를 이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샷을 할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한 스윙으로 그린을 공략해 ‘링크스코스에서 승리하는 법’을 알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한편 재미교포 앤서니 김이 이븐파 280타로 공동 5위에 올랐고, 양용은(KB금융그룹)이 5오버파 285타로 공동 16위, 노승열(타이틀리스트)은 공동 30위(9오버파 280타)로 대회를 마쳤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