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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조라 마을에서 숨바꼭질하다…샛바람소릿길과 솟대 언덕
구조라 마을은 숨바꼭질하기 좋은 곳이다. 이곳엔 외도와 내도로 연결되는 배를 타는 선착장이 있다. 구조라해수욕장도 이곳에 펼쳐져 있다.

그러나 숨은 매력은 마을 안 깊숙이 들어가봐야 안다. 일단 바다를 등지고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재기 넘치는 담장 벽화가 마을을 겹겹으로 두르고 있다. 바닷속 물고기들, 물고기를 말리고 배를 띄우는 평화로운 어촌 풍경, 고양이와 토끼,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들이 동심 어린 그림으로 채색돼 있다. 귀여운 담장을 돌고 돌다 보면 작은 계단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거기 샛바람소릿길 입구가 입을 벌리고 있다.

이 안엔 여름이 없다. 울창한 시릿대가 터널을 이뤄 꼭 한 사람씩만 지나가기 좋은 좁은 길을 감싼다. 시릿대는 내륙에 사는 큰 대나무와 달리 어른 손가락 굵기만큼 가는 대나무다. 여기 촘촘히 군락을 이루고 있으니 들어서는 순간 햇빛도 더위도 바깥 세상 얘기다. 한낮에도 컴컴하니 혼자 들어가긴 좀 그렇다.


땀을 식히며 5분쯤 걷다 보면 반대편 출구가 나온다.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길 양편으로 띄엄띄엄 솟대가 솟아 있다. 길을 따라 하늘 향해 열린 언덕으로 오른다. 이 언덕이 ‘언덕바꿈’이라는 곳.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솟대와 노란 해바라기 밭이 어우러져 장관이다. 동쪽으로는 구조라항(港)이, 북서쪽으로는 구조라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인다. 해수욕장 쪽으로는 그네가 하나 설치돼 있어 앉아볼 만하다. 해수욕장 쪽 연안에 떠 있는 윤돌도는 효자섬이라고도 불린다. 그 섬에 효자 윤씨 형제가 살았는데 뭍을 오가는 어머니를 위해 징검다리를 놓았다고, 그 징검다리가 아직도 썰물 때면 언뜻언뜻 보인다고 술회하는 마을 어르신의 말이 귓가에 잠자리로 앉는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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