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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물폭탄에 쓸려 간 공무원 상식
“경고문자 못받았다” 발뺌

동대문 파손에도 늑장대응

실종된‘의식’부터 되찾아야





정말 세금이 아깝다. 납세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 하지만 납세 불복종 운동이라도 하고 싶다. 전국을 강타한 이른바 ‘물폭탄’에 대처하는 공무원들의 행태 때문이다. ‘물폭탄’에 상식도 실종된 것인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과 상식을 그들은 송두리째 잊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청은 보물 1호인 흥인지문(동대문)에 대한 긴급 보수작업을 벌이고 있다. 2층 용마루에 연결된 내림마루 마감재가 길이 1m, 폭 20cm가량 떨어져나가 내부의 흙이 파손된 데 따른 것이다.

종로구청이 파손 사실은 안 것은 지난달 29일. 구청은 나흘 뒤인 2일 보수공사에 착수했다. 늑장 보수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계속된 폭우 탓에 2일에야 복구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늑장보수 탓에 흥인지문의 파손 정도가 심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파손 사실을 시민의 신고를 받고서야 알았다는 점도 문제다. 큰비가 오면 담당 공무원들은 당연히 문화재를 돌아보며 파손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상식이다. 방화로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이 아직도 그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수해 복구 지원에서도 상식이 실종됐다.

서울 강남권의 부자동네에서 발생한 초유의 참사였기 때문일까. 온 국민의 관심은 우면산으로 쏠렸다. 지난달 27일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나자 정부와 서울시, 관할 구청, 경찰, 군은 너나없이 신속한 복구에 나섰다. 진흙탕 속에서 흘리는 구슬땀은 연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반면 이곳과 그리 멀지 않은 구룡마을의 사정은 많이 달랐다. 구룡마을은 강남 속 달동네. 이곳 역시 대모산에서 밀려온 토사 등으로 전체 1200여가구 중 500여가구가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무허가 판자촌이라 배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당연히 다른 지역보다 침수 피해가 컸다. 그러나 이곳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관할 구청 측은 지난달 27일부터 직원들이 밤을 새가며 복구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복구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구청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마치 행정력을 총동원한 듯한 우면산 주변 마을의 복구작업을 보며 마음 한켠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식 실종 사건의 결정판은 산림청과 서울 서초구청 간의 문자메시지 파동이다. 산림청은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오후부터 27일 새벽까지 4차례 서초구청 공무원들에게 경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2005년 도입된 ‘산사태 위험지 관리 시스템’에 따라 시스템에 등록된 지자체 담당자는 문자를 받으면 실시간으로 상황을 판단, 예보를 발령해야 한다.

서초구는 지난 5년간 담당자 연락망을 갱신하지 않았다. 산림청 시스템에 등록된 구청 직원 4명은 모두 담당업무가 바뀌었다. 서초구는 지난달 29일 "해당 부서 현직 담당자들은 문자메시지를 받은 적 없다"며 다음날 오전 슬며시 산림청 DB 연락망을 새로 고쳤다.

요즘 서울시의 관심사는 이른바 무상급식 주민투표다. 상당수 행정력이 이 투표에 집중돼 있다. 무상급식 투표에 앞서 상식을 내다버린 공무원들의 급여 삭감을 위한 주민투표를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김화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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