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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쏟아지는 그 곳…난 뚜벅이가 된다
수주면서 영월읍으로 향하는 88번·31번 국도

서강을 맛볼 수 있는 국내 최고 드라이브코스

선암마을을 휘감는‘ 한반도 지형’의 신비로움

동심의 보석을 선물하는 ‘별마로천문대’ …

도심의 찌든 때 모두 벗고 아날로그에 취하다



강원도 영월은 아날로그 정서가 흠뻑 묻어 있다. 인구 4만명을 겨우 넘는 조용한 고장이다. 동강(東江)과 서강(西江)이 만나 남한강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휴가 막바지에 접어든 요즘 가족, 친구와 동강에서 래프팅을 즐기며 시간을 보낼 만하다.

영월에는 어린 왕 단종의 꿈과 한이 서린 청령포와 장릉이 있고, 백일장에서 조부를 욕되게 하는 시를 썼다는 자책감으로 평생 방랑시인으로 지낸 김삿갓의 묘와 생가가 있으며, 선돌ㆍ어라연ㆍ한반도 지형ㆍ고씨동굴 등 자연 비경이 있다.

영월을 제대로 알려면 우선 동강과 서강을 봐야 한다. 동강은 래프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강의 운치도 동강 못지않다.

서강은 래프팅이 허용되지 않는다. 자연 상태를 더 잘 보존하기 위해서다. 중간지점인 선암마을에서 뗏목 체험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서강 즐기기는 주로 승용차 드라이브로 이뤄진다.

서강 드라이브의 시작점은 영월군 수주면이다. 수주면에서는 조선의 지식인 양사헌이 경치에 반했다는 요선암, 요선정과 함께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인 사자산 법흥사를 둘러본 후 드라이브에 나서면 된다.

수주면에서 영월읍으로 향하는 88번과 31번 국도는 국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색이 없다. 과거 여행담당 기자들이 출장을 가 서강의 시원한 바람을 맛볼 수 있는 이 도로를 달리고는 “우리가 신문에 소개하지 말자”고 했을 정도로 아끼는 코스였다.




서강을 알려면 근원을 볼 필요가 있다. 서강의 시원은 평창 보광휘닉스파크의 태기산과 인근 흥정산 사이의 흥정계곡이다. 흥정계곡에서 발원한 차고 깨끗한 이 물은 메밀밭으로 유명한 봉평 읍내를 흘러 금당계곡-평창강으로 이어진다. 이 평창강이 횡성과 영월 경계에서 발원한 주천강과 합쳐지면서 비로소 서강이 된다.

주천강에는 피라미와 메기, 갈겨니, 꺽지, 참마자 등 민물고기들이 많아 천렵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 물이 서강의 잔잔한 물줄기로 이어져 조용한 선암마을을 휘감으며 ‘한반도 지형’이라는 비경을 탄생시켰다.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영월 방향으로 조금 더 가 고갯마루에 차를 대면 절벽에 솟은 선돌기암이 서강 줄기와 함께 나타나 빼어난 경관을 형성했다. 서강의 끝 지점인 단종 유배지인 청령포도 선돌기암과 함께 영월 여행에서는 빼놓지 말아야 할 장소다.

요즘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도 나오지만 숙부에게 쫓겨나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 단종의 슬픈 이야기가 6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느껴진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부모, 아내와 생이별하며 홀로 떨어져 고립과 위협을 견뎌내야 했던 단종의 심정을 헤아려 보니 잠시 숙연해졌다.

여름밤 영월 읍내를 굽어보는 봉래산(799m) 정상의 별마로천문대에 올라보는 것은 영월 여행의 별미다. 낮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지내다가도 밤에 이곳 전망대에 오르면 시원함을 넘어 추위까지 느낄 수 있다. 그만큼 공해 없는 바람이 상큼하다. 천문대 옥상의 관측실에 놓여 있는 5~6대의 망원경을 통해 본 달과 별은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준다.




영월에는 2006년도 영화 ‘라디오스타’의 흔적을 따라갈 수 있다. 특별한 시설물을 만들지 않고 기존 공간을 그대로 활용해 영화를 찍어, 영상을 이용한 지역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읍내에서는 영화 ‘라디오스타’의 촬영지였던 ‘영빈관’ ‘청록다방’ ‘청령포모텔’ ‘영월방송국’도 보고 박중훈과 안성기를 떠올려볼 수도 있다.

단종의 시신을 모신 장릉은 산책하며 사색을 즐기기에 매우 좋다. 주위에는 예사롭지 않은 소나무들이 능을 향해 서 있다. 2009년 6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장릉은 아날로그 여행지로서 영월의 결정판이다. 능을 한 바퀴 돌고나면 도심의 찌든 때가 조금씩 벗겨짐을 느끼게 된다.

영월은 박물관의 고장답게 박물관이 많다. 동강사진박물관, 곤충박물관, 책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쾌연재도자박물관, 호야지리박물관 등 총 18개의 박물관이 있어 자녀들과 함께 박물관 투어도 가능하다.

영월이 고향인 영화배우 유오성은 초등학교 시절 한 친구가 학교에 나오지 않아 친구집으로 갔더니 딸기 농사가 너무 바빠 일손을 돕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같은 반 친구들 모두 수업이 끝나자마자 2주 정도 친구의 딸기 농사를 도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지금도 영월의 살가움이 느껴진다.

유오성은 “어릴 때에는 영월이 답답한 동네라는 느낌도 들었지만 지금은 아늑한 공간이라는 걸 절실하게 느낀다”면서 “지금도 머리가 복잡하거나 뭔가 잘 안 풀릴 때는 도시와 농촌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영월을 찾으면 답답함이 해소되곤 한다”고 영월 예찬론을 폈다.

영월=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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