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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인포럼>사람을 끌어들이는 힘, 도시 디자인
윈스턴 처칠경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

좀 더 넓게 보면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다시 사람을 만든다. 영국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우리는 도시를 만들고, 그 도시는 다시 우리의 삶을 만든다”고 했다.

도시를 만들 때 실용성을 겸비한 미적 감각이 현실에 구현되면 이것이 곧 도시디자인이다. 도시디자인은 공공디자인의 일종이다. 공공디자인은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시민에게 공통된 삶의 가치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우리 삶 주변에 나타난다.

스페인 북동부의 도시, 바르셀로나는 도시디자인으로 유명한 곳이다. 바르셀로나의 에이샴플라(Eixample:확장)라는 시가지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이 도시를 디자인한 도시 건축가를 한 번쯤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독특한 도시 구조 때문이다.

에이샴플라는 600여개의 만싸나(Manzanaㆍ구획)로 이뤄져 있다. 만싸나는 한 변이 113m인 정사각형 모양의 주택 구획지다. 이 구획지 사이의 도로도 주목할 만하다. 차도보다 더 넓은 인도가 도로 중앙에 광장처럼 조성돼 있고, 인도 양 옆으로 차로가 나 있다.

건물 전면은 일직선으로 맞춰져 있고, 건물 높이는 대부분 6층을 넘지 않아 스카이라인도 말끔하다. 여기에 느닷없이 수백여개의 만싸나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대로는 도시의 균형을 파괴하는 듯 하면서 동시에 생동감을 더해준다. 디아고날(대각)이라고 불리는 이 대로는 마치 차려입은 정장에 포인트를 주는 넥타이같은 느낌이다.

이 도시가 이런 모양을 가지게 된 지는 260년쯤 됐다. 1859년 일데폰스 세르다라는 토목기사가 에이샴플라를 디자인했다. 현재 이곳은 스페인의 문화적 유산이자 유명한 관광 자산이다.

일본 요코하마는 도시디자인의 또 다른 대표적 사례다. 바르셀로나의 에이샴플라와는 달리 최근에야 조성됐지만,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앞섰다. 요코하마시는 2차 대전 이후 황폐화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1971년 시청에 일본 최초로 디자인실을 설치했다. 이 디자인실 설치로 이 도시의 도시계획정책의 최우선 사항은 디자인이 됐다.

애초 도시 개발계획 수립시부터 디자인을 우선시한 것이 이런 디자인 도시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이지만, 사후 관리도 디자인 도시의 명성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중요했다.

바르셀로나는 1992년 올림픽 유치 후 인근의 철로를 걷어내고 에이샴플라를 확장했으며, 어촌의 가옥들을 매입해 산책로와 백사장을 조성했다. 요코하마 또한 기존에 있던 조선소와 창고를 헐어내고 바다를 매립해 미나토 미라이라는 관광 명소로 재개발했다. 국제 관광도시로 성장한 요코하마는 오늘 연간 관광객이 400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경제, 문화, 예술산업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도 디자인도시다. 문화예술의 도시에서 도시디자인이란 기본적 요소다. 초고층 건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인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뉴욕 중심가 타임스퀘어, 허드슨강과 센트럴파크, 자유의 여신상 등 ‘디자인 뉴욕’이라 불릴만한 명소가 도시 전역에 널려 있다.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로마,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등도 모두 문화 도시이자 디자인 도시다. 이런 도시들은 하나같이 국제적인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일생에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하는 도시라는 말이다.

나중에는 여러 관광지들 중에서 그 도시 이름만 대도 호감도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브랜드 효과다. 이렇게 도시마다 생성된 브랜드는 대개 도시디자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국제적인 인지도를 쌓아가며 관광도시로 급부상해가고 있는 서울 또한 도시디자인을 중요시하고 그런 인식하에 공공디자인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이렇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는 디자인도시는 20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 주요도시들의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국제적인 차원의 ‘유네스코 창조도시 네트워크’에 디자인도시라는 개념이 포함되기도 했다.

디자인서울의 밑바탕을 다졌던 권영걸 초대 서울시 디자인총괄본부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른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쳐 오늘날 성공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며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어렵게 얻은 정치경제적 역량을 이제 문화적 가치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옥스퍼드대학의 존 헤스켓 교수의 말을 인용, “디자인은 디자인(미래 비전)을 생산하는 디자인(사회구조)을 디자인(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 @soohank2>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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