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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백년의 생명력…건축은 ‘꿈’ 이다
녹색숲 한가운데 붉은 건물

산업시설과 이웃한 박물관…


이 시대의 사회·미래상 반영

짧은 유행 좇지 않는 걸작들


주변 환경과 융합 넘어 조화

친환경이 현대건축 지향점



“건축은 꿈에 속한다. 인생은 꿈이다. 예술은 이처럼 꿈속의 환상이다. 환상이야 말로 우리의 진리이다.”(지오 폰티)

건축은 우리의 꿈과 환상을 실현하는 상징물이다. 도시는 건축물로 표현된다. 세계 각국 유명한 곳의 랜드마크는 대부분 건축물이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우뚝 솟은 런던의 빅 벤, 서울의 서울타워 등 도시 디자인은 다양하게 어우러진 건축 디자인으로 실현된다.

시대나 국가에 따라 건축 디자인의 유형은 제각각이다. 둥글거나 모나거나, 혹은 높거나 낮거나, 아니면 웅장하거나 아담하거나…. 때문에 전문가들은 건축 디자인의 ‘트렌드’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걸작들은 결코 짧은 유행을 좇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 지어지면 수십년 아니 수백년이 지속되는 이 뛰어난 창작물들은 모두 그 시대의 미래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믿는다. 사회의 비전을 리드하는 것, 또는 그것을 뛰어넘어 모더니티와 부합되는 정신을 구현하려는 정신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 시대 건축물과 그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의 건축물들의 시대적 디자인 흐름을 이해하려면 세계의 유명 수상작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상들이 많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호텔기업 하야트 재단의 프리츠커 상(Pritzker Prize)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릴 만큼 권위가 있다. 2011년 올해 프리츠커 시상식에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참석했을 정도다.

올해 프리츠커 상 수상자는 포르투갈의 에두아르도 소투 드 모라(Eduardo Souto De Moura)다. 그의 대표작은 포르투갈의 포르투에 있는 부르구 타워(2007), 파울라 레구 박물관(2009), 브라가의 브라가 스타디움(2003) 등이다.

두 건물이 수직과 수평으로 나란히 구성된 부르구 타워는 설계 시작 10여년 만인 2007년에야 완공됐다. 표현을 최소화하고 단순함을 극대화시켜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포르투갈 카스카이스의 파울라 레구 박물관은 녹색의 숲 한가운데 우뚝 솟은 붉은 콘크리트 건물로 자연과 조화된 성전 같은 느낌을 준다. 브라가의 브라가 스타디움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억센 주변 자연환경과도 조화롭게 서있다.

프리츠커 상 심사위원들은 “소투 드 모라는 건축적 전통을 전하는 작품을 만들어왔다”며 “그는 항상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염두에 둔다”고 평했다. 그의 작품이 수상하는 것을 보면, 최근의 건축 디자인이 주변 자연과의 조화 속에 천착해 있음을 말해 준다.

세계건축가연맹상(UIA Gold Medal)은 세계 건축가 연합에서 주는 상이다. 3년마다 수상하며 올해는 포르투갈의 알바로 시자 비에이라(Àlvaro Siza Vieira)가 받았다. 그는 이미 92년에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고 한국 안양예술공원의 알바로 시자홀, 최근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한 아모레미지움, 곧 완공될 연대 경영대 신관 등을 지은 사람이다. 급변하는 변화 속에 탄생한 각종 주의, 사상들을 거부하고 개성과 비표준화로 일관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건축페스티벌(World Architecture Festival)은 잘 지어진 건축물에 주는 상이다. 11월 2일부터 4일까지 행사가 진행된다. 지난 2010년 올해의 세계 건축 상에는 이탈리아 로마의 막시 박물관(MAXXI National Museum of XXI Century Arts)이 뽑혔다. 로마 외곽지역의 산업시설과 창고들과 함께 이웃하며 자리잡고 있는 이 박물관의 건축 콘셉트는 ‘가능성의 장을 여는 것’이었다.

주목을 끈 올해의 미래 프로젝트 상에는 ‘아크(The Arc)’가 선정됐다. 아크는 팔레스타인 주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이다. 아크를 통해 물, 수송, 에너지, 통신 등을 팔레스타인 주요 도시에 공급한다. 방류된 물을 재사용하거나 태양열 에너지를 사용하는 지속가능한 시스템도 갖췄다. 팔레스타인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규모의 시설들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건축은 단순히 공간적 개념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보다는 그 속에서 이뤄질 모든 활동을 표현하고 반영한다. 이제 건축은 단순히 공간의 개념이 아닌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 되었다. 노승범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도 “건축, 그리고 건축상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미래의 사회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 산업시설, 창고들과 어울려 자리한 이탈리아 로마의 막시 박물관 내부.

최근에는 에너지, 친환경이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으면서 건축 디자인에도 이것이 화두가 되고 있다. 건축만큼 재료를 많이 쓰는 것도 없고 재료사용에 있어서도 환경적 관심이 많다. 건축상 역시 그런 사회적 관심을 반영한다.

노 교수는 “예전에는 건물을 평가할 때 기능이나 멋에 중점을 뒀다면 요즘은 건축물의 환경과 에너지 효율 또한 평가한다”며 “완공 이후 실시되는 환경영향평가도 예전보다 더 관심갖고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자인에 기술적 기능을 융합하던 단계를 뛰어넘어 이제는 자연과의 조화, 친환경과의 접목이 대세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융합과 조화가 현대 건축이 지향해야 할 미래상이 되고 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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