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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마을1축제> 컨설턴트의 눈, 탈을 통해 안동은 마법이 된다
“얼굴을 가리고, 마음을 숨기고~.” 송골매의 노래 ‘탈춤’이 이렇게 시작하는 것처럼 탈은 얼굴을 가리고 마음을 숨기는 장치다. 하지만 얼굴을 가리고 마음을 숨기기 때문에 진짜 얼굴과 진짜 속내가 드러나는 마법이 일어난다. 우리는 탈을 ‘가면(假面)’이라고 부르지만, 가면을 씀으로써 진면(眞面)이 밖으로 나오는 건 놀라운 아이러니다. 탈춤이 보는 이들을 한없이 즐겁게도 하고, 마음 한구석에 막힌 소회를 풀어내주며, 때론 그 가면 뒤의 얼굴을 발견하고 깊은 감동을 받게 되는 건 바로 ‘탈’이라는 가면이 가진 마법 같은 힘 덕분이다.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은 바로 그 마법을 경험하는 축제다. 하회별신굿탈놀이에서 출발한 이 축제는 이제 국제적인 탈춤 페스티벌로 변모했다. 우리 것을 세계에 알리는 축제가 탈이라는 공통 주제를 통해 전 세계인의 소통의 장으로 커진 것이다. 우리에게 하회별신굿이나 자인팔광대 같은 탈춤이 있다면, 중국에는 변검이 있고 말레이시아나 몽골,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도 저마다의 전통 탈춤이 있다. 물론 그 각국의 탈춤에 깃든 이야기들은 다르지만, 탈이 가진 ‘가리고 드러내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탈이 가진 인간 본연적인 욕망이 그 속에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은 탈이라는 공통의 보편적인 오브제를 통한 전 세계의 다양한 민속이 하나로 묶이는 장이라는 점에서 지역(local)과 세계(global)가 연결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축제, 왕이 되는 마법!’이라는 알쏭달쏭하지만 뭔가 흥미를 끄는 올해의 주제는 바로 이 탈이 가진 특별함을 잘 드러낸다. 즉, 탈을 쓴다는 행위는 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무한한 상상력인 셈이다. 그 될 수 있는 대상을 굳이 ‘왕’이라고 붙인 것에는 역사적인 의미와 함께 현재적인 의미도 담겨 있다. 역사적으로 안동은 태조 왕건, 공민왕, 충렬왕은 물론이고 엘리자베스 Ⅱ세 영국 여왕,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자, 박정희ㆍ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문한 곳이다. 그만큼 한국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이란 얘기다. 그런데 이 역사적인 이야기와 함께 ‘왕’이란 의미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된다. 누구나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탈을 씀으로써 왕이 될 수 있는 축제의 공간으로서 안동을 재해석한 것이다.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장이라는 의미에서의 축제가 탈춤과 만나 ‘왕이 되는 마법’으로 연결된 것은 절묘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또한 안동이라는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들어서면 마법처럼 과거의 시간 속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곳. 마치 탈 하나가 전혀 다른 나를 만들어내듯이 어쩌면 안동이라는 공간은 그 긴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연결된 나를 다시 발견할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양반문화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안동이 ‘탈춤’처럼 기존 지배 세력에 대한 저항과 풍자를 담은 축제의 도시로 재탄생한 것도 마법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탈을 쓰면 또 다른 나가 되는 것처럼 안동 역시 탈을 축제로 가져오면서 양반문화와 함께 현대인의 막힌 숨통을 틔워주는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이것은 축제의 모태였던 하회별신굿탈놀이 보존의 의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를 테마로 한 ‘탈랄라 댄스’를 통해 세대와 계층과 국가를 넘어서는 대동의 장을 마련하고, 우리 전통 탈춤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탈춤들을 소개하며 탈춤의 현대적인 재해석을 보여주는 등의 노력은 그래서 안동이라는 지역에는 실로 마법 같은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전통으로만 남았다면 과거의 시간에 멈춰버렸을 안동은 탈을 통해 현재와 공존하는 마법을 보여주고 있다.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은 바로 그 마법의 시간을 담은 축제다.

정덕현 여가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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