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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마을1축제>덩더쿵 얼쑤! 신명나게 놀아보세…탈 쓰고 즐기는 일탈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














안동 탈춤공원 일대서 30일부터

10개 무대·700여개 행사 진행

작년 외국인 1만8천명 자발적 참여

상금 700만원 세계 탈놀이 경연

탈춤배우기 등 부대행사도 다양

탈은 누군지 모르는 익명성 담보

억눌린 마음 자유롭게 표출 인기

축제는 흐트러짐을 통한 비일상성과 일탈성, 카오스를 경험하는 일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무늬만 축제’들이 너무 많다. 국내 축제 중 외국인이 찾아오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 축제들은 대개 일탈성이 두드러진 축제들이다. 보령 머드 축제와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 청도 소싸움 축제 등이다. 청도 소싸움 축제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세계 유일의 축제라는 점에서 외국인이 많이 찾는다. 나머지는 일탈성이 강한 축제들이다.

외국인, 그중에서도 서양인들이 이들 축제의 일탈성을 알아보고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은 지난해 110만명의 방문객 중 60%는 외지인이고 1만8000명이 외국인이었다.

올해는 ‘축제, 왕이 되는 마법’이라는 주제로 9월 30일~10월 9일 안동시내와 탈춤공원, 하회마을 일원에서 개최된다. 국내외 다양한 탈춤 공연과 전시, 문화 프로그램 등 10개 무대에서 700여개의 행사가 진행된다.

특히 ‘탈 쓴 사람들의 미친 퍼레이드’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안동의 이야기를 간직한 24개 종류의 탈을 쓴 사람들의 대동 난장으로 펼쳐진다. 탈을 쓰지 않은 사람들은 참가가 불가능해 모처럼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충족시켜 주는 시간이 될 것이다.

또한 총상금 700만원이 걸려 있는 세계 탈놀이 경연대회, 50여개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탈춤 따라 배우기, 세계의 신비한 탈 전시 등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한바탕 신명 나게 즐길 수 있다.

누구나 답답한 일상 속에서 일탈을 꿈꾼다. 신명 나게 한 판 놀아볼 수 있는 축제로 뛰어들어 가고 싶어진다. 전통과 문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선비의 고장 안동에서 펼쳐지는 탈춤 페스티벌은 바로 그 흥을 돋우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쓰는 탈에 따라 왕도 되고, 왕비도 되며, 때로는 수줍은 새색시와 익살스러운 광대가 돼볼 수도 있다.

안동은 전통적인 양반문화에서 해학이 넘쳐나는 민속문화까지 옛 문화를 잘 계승하고 있는 고장이다. 이곳에서는 선비의 고결한 정신에서부터 서민들의 애환과 민초의 해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안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하회마을에서 펼쳐지는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안동 탈춤 페스티벌의 모태다.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 모태는 하회별신굿탈놀이

기자는 800여년의 역사를 가진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직접 관람했다. 양반탈, 각시탈, 선비탈, 부네, 초랭이, 할미탈, 백정탈의 움직임이 익살맞았다. 하회탈들은 턱을 분리해 제작함으로써 대사 전달이 분명하고 말을 할 때마다 턱이 움직여 표정의 변화를 다양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하회탈에는 우리 민족의 숨결이 배어 있다.

탈놀이는 풍요다산을 기원하며 액을 막고 복을 맞는 조상들의 지혜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배 계층인 양반과 선비의 허구성을 폭로함으로써 지배 계층인 양반과 피지배 계층인 상민 간의 관계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스님의 파계를 통해 당시 불교의 타락상과 종교의 허구성을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상민들은 탈놀이를 통해 자신들의 억눌린 감정과 불만을 해소할 수 있으며, 양반들은 상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불만을 해소시켜 줌으로써 갈등과 저항을 줄여 공동체적 삶의 유대를 공고히 하게 했다. 탈놀이는 상하관계가 엄격한 조직에서는 지금도 남아 있는 ‘야자 타임’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축제의 첫날은 하회마을에서 마을신에게 제를 지내는 강신(降神)으로 시작된다. 축제 본래의 뜻은 ‘축(祝)ㆍ제(祭)’로 축하하며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이면서도, 제의의 형식을 갖춘 것을 뜻한다.

현재 전국에서 이뤄지는 1500여개의 축제 가운데 이렇게 축제 본래의 형식과 성격을 잘 지니고 있는 축제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은 축제 본래의 정신과 그 출발이 하회별신굿탈놀이에 있음이 명백한 축제다.

“얼쑤~ 탈을 쓰고 나도 한 번 왕이 돼볼까!” 2011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은 전통을 여행하며 신명도 체험하는 좋은 기회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탈을 쓰면 답답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탈은 익명성을 담보로 하고 있다. 탈을 쓰면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고, 그래서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긍정성을 가지고 있다. 이 긍정성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탈은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는 문화적 도구로, 종교적인 축제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었다. 이처럼 축제에 와서 탈을 쓰면 또 다른 자신과의 만남을 가질 수도 있고, 누구나 왕이 될 수 있다는 데에 착안했다.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에 몽진했던 공민왕, 고려 왕의 행차 시 안동을 찾았던 충렬왕 등 역사 속의 왕과 한국의 작은 마을을 세계 속에 하회마을로 만든 엘리자베스 Ⅱ세 영국 여왕의 방문은 그 자체로 안동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특히 공민왕이 안동에 머물렀던 기간은 두 달 남짓이지만 현재까지도 공민왕을 마을신으로 모시는 안동 사람들의 모습은 학계에서도 주목하는 독특한 문화 양상으로 남아 있다.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은 축제의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러시아, 프랑스, 인도, 인도네시아 등 세계 15개국의 탈춤단체를 초청해 공연하고 마당무대, 경연무대, 거리무대 등 오픈된 다양한 무대를 통해 자유로운 공연문화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세계 탈놀이 경연대회와 세계 창작 탈 공모전으로 누구나 탈을 만들고 쓰며 춤출 수 있는 공간을 통해 신명 나는 축제의 장을 열어갈 방침이다.

지난해 개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던 ‘탈랄라 댄스’의 여섯 가지 동작 중 대표적인 동작 세 가지를 발췌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의 공식 댄스로, 신명 나는 퍼레이드도 진행할 예정이다.

심중보 안동시 체육관광과장은 “탈은 세계 보편적 문화장치다. 세계인의 모습이 표현된다”면서 “마음을 해방시키고 몸을 신명으로 풀어준다.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을 통해 우리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탈을 쓸 때 느끼는 자유로움과 가슴 터지는 신명을 경험해보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안동=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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