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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경쟁력 갉아먹는 총장 직선제
8개 교육대와 교원대가 총장 공모제 도입을 결의하는 등 총장 직선제 폐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 제도는 도입 30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득보다 실이 많았다. 교수들은 후보에 따라 여러 파벌로 나뉘고, 학문 연구보다 교내 정치에 더 관심이 많았다. 많은 대학이 진작 총장 직선제를 접은 것은 갈수록 폐단이 늘기 때문이다. 차제에 총장 직선제는 전면 폐지해야 한다.
1980년대 민주화와 자율화 바람을 타고 도입된 총장 직선제의 당초 취지는 좋았다. 재단의 전횡을 견제하고 교직원 등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학사 운영에 반영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폐단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총장 후보들이 대중적 인기영합으로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본질을 크게 훼손시켰다. 후보들은 학교 재정에 관계없이 교직원 급여와 각종 복지 혜택을 늘리는 반면, 연구와 강의 등 교수들의 기본 책무는 대폭 줄여주겠다는 공약을 남발했다.
어디 그뿐인가. 총장 후보를 중심으로 학교 내 파벌이 형성되고, 당선된 총장의 파벌이 각종 보직을 독식, 소통이 막히는 폐단으로 이어졌다. 파벌 간 반목과 질시로 학내 분쟁이 하루도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낙선한 후보는 다음 선거를 겨냥, 연구와 수업보다는 4~5년 동안 ‘표 관리’에 주력하기 예사다. 교수가 동료 교수에게 ‘골프 접대’를 하다 수억원의 빚을 지는 기막힌 일도 있었다. 총장 선거로 대학이 정치판보다 더 정치적으로 변질한 것이다.
총장 직선제는 대학 경쟁력을 갉아먹는 걸림돌이 된 게 분명하다. 대학교육의 실수요자인 학생에 대한 배려나 강의의 질 높이기, 연구업적 강화 등은 이미 총장 후보의 관심사가 아니다. 대학 경쟁력의 핵심인 ‘교수 연구실적 평가 기준을 높이겠다’고 언급한 한 대학의 유력 총장 후보가 이후 인기가 ‘급락’, 낙선한 것이 대표적 예다.
세계 100위권에 진입한 대학이 한두 곳에 불과한 게 우리 대학의 현주소다. 최근 대학마다 각종 평가를 강화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대학의 ‘최고 의사결정자’인 총장을 선거로 뽑는 한 궁극적인 경쟁력 향상은 어렵다. 총장 직선제는 현실에 안주하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교수사회 이기주의와 맞물려 있다. 이를 깨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이다. 인기영합주의에 기반하는 총장 직선제는 더 이상 존재의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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