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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금모으기 때 같은 범국민 절전 운동을
남미 칠레의 최근 대규모 정전 사태가 새삼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지난 15일 우리도 전국이 깜깜해지는 불랙아웃 직전에 갔음에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전기요금 현실화가 고작이다. 물론 원가도 안 되는 전기요금의 현실화는 불가피하다. 난방도 냉방도 공장도 그저 전기는 써대는 무한정한 자원으로 생각하는 패턴이 이 사회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조명가게나 주유소에는 대낮에도 환히 불을 밝히고, 농사용이라고 싸게 공급하는 농어촌 전력은 텅빈 냉동창고에서 소모되기 일쑤다. 현대제철이 일본에 있으면 3배의 전기 값을 물어야 하는 게 산업용 전력 값이다.

이제 전기가 비싼 고급 에너지라는 인식을 분명하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우리 전기 값은 너무 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사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몇 년 새 난방용 전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최대 전력수요 발생 시기가 여름에서 겨울로 바뀐 것도 저렴한 전기 값과 무관치 않다. 기름이나 가스 등 다른 난방용 에너지에 비해 이용이 편리하고 가격이 싸다 보니 수요가 전기로 몰린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석탄과 경유를 사용하던 주물공장의 동력이 전기로 교체되고, 농촌 비닐하우스 난방은 면세유보다 싼 전기보일러를 돌리는 게 일상화됐다.

정부는 2024년까지 원전 14기 추가 가동 등 전기설비 예비율을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연평균 전력소비량이 1.9% 증가한다는 예측을 토대로 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만 해도 가정용과 일반용 전기는 6%와 8% 증가했고, 산업용은 무려 12%가 늘어났다. 지금처럼 전기를 마구 쓰면 발전량을 늘려도 소용이 없다. 전력 정책이 공급 중심보다 수요 억제 쪽으로 방향을 돌려야 하는 것이다.

한번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면 교통과 통신 등 도시 기능과 치안이 일시 마비되는 등 국가 전체가 멈춰선다. 미국의 LA 정전사태를 기억하면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전기 씀씀이를 줄이지 않으면 우리도 언제든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에너지원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선 무조건 아끼는 게 상책이다. 정부가 솔선하면서 대대적인 국민운동을 펴야 한다. 단순한 구호성 캠페인이 아니라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처럼 모든 국민의 감동을 자아내고 행동으로 이끌 수 있는 범국민운동을 하자는 것이다. 절전의 생활화가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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