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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외국인 매도 절반은 헤지펀드…유럽 투자자 환매 여파, 美 자금 두달연속 순매도
헤지펀드의 한국 증시 때리기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재정위기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 금융기관 등 헤지펀드 고객들이 대규모 환매에 나선 여파가 서울 증시까지 강타한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9월 외국인 국적별 투자 현황에서 대표적인 헤지펀드 등록지인 케이만아일랜드는 무려 6633억원의 주식을 내다팔아 주식순매도 1위국에 올랐다. 전월에는 1조117억원을 순매도했다. 또다른 헤지펀드 근거지인 버진아일랜드도 1721억원을 팔아치웠다. 올 들어 이 두 곳의 누적순매도만도 3조3951억원에 달한다. 올 외국인 순매도(7조4938억원)의 45%에 해당한다. 룩셈부르크, 영국(-6411억원), 기타(-6075억원) 등에도 헤지펀드 자금이 상당 부분 포함된 점을 감안할 때 올 외국인 매도의 절반 이상이 헤지펀드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2009년 이후 코스피와 케이만아일랜드, 외국인(케이만아일랜드 제외)의 누적 투자움직임을 봐도 최근 석 달간의 증시 하락에는 다른 외국인보다 케이만아일랜드의 영향이 컸던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셀 코리아(sell Korea)’를 주도하는 헤지펀드의 투자자는 역시 유럽이다. 유레카헤지 조사에 따르면 유럽 헤지펀드에는 지난 6월 12억 달러가 이탈한 이후 7월 6억 달러가 유입됐지만, 8월 들어 무려 28억 달러가 환매됐다. 미국과 아시아 헤지펀드에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헤지펀드 이탈과 함께 주목받는 것은 미국 자금 변심이다. 8월 33개월래 최대규모의 순매도(1조2918억원)을 기록했던 미국 자금은 9월에도 1030억원을 내다팔았다.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미국 자금이 두 달 연속 순매도 한 것은 2009년 4월 본격적인 ‘바이코리아(buy Korea)’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장기 투자자금 비중이 높은 특성을 감안할 때 장기투자 대상으로서의 한국 증시의 매력이 시험받고 있는 모습이다.

아랍에미리트와 싱가포르가 각각 5607억원, 4714억원을 순매수한 것은 선진국 재정위기와 신흥국 경기불안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슬람 자금이 한국 시장으로 방향을 튼 결과로 풀이된다. 이슬람 자금은 리먼 사태로 선진증시가 초토화됐던 2008년 4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13개월간에도 한국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채권시장에서는 투기적 재정거래 자금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9월중 국채 순투자는 2456억원 줄어든 반면 통안채 순투자는 2208억원 늘었다. 만기가 짧은 통안채는 보통 단기 금리 및 환차익을 노린 재정거래 자금의 주 투자처다. 반면 국고채는 발행주체인 한국 정부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유럽 재정위기로 유럽계 투자자의 자금회수가 뚜렷해지면서 금리와 환율이 모두 크게 출렁거리고, 이는 다시 투기적 자금의 유입을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정거래의 큰 손이 된 태국이 9월 순투자로 돌아선 점과, ‘라부안’이라는 헤지펀드 근거지를 가진 말레이시아가 8, 9월 연속 6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순투자를 잇따라 보인점에서도 확인된다.

다만 이처럼 재정거래 위주의 시장이 펼쳐지는 가운데서도 중국의 한국채권 매수행진은 27개월째 계속 이어져 올 누적기준으로 3조1285억원을 순투자해 미국(3조2220억원)과 함께 2대 ‘큰 손’으로 자리잡았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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