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가을’은 황폐해졌다.

때 아닌 폭설은 세상을 하얗게 뒤덮어 순간의 눈부심을 전했지만 너무 큰 상처를 남겼다. 이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센트럴파크의 수많은 나무들이 힘없이 스러져버렸다. 수령과 재질을 불문한 수난이었다. 10월의 폭설은 낭만은 거세되고 피해만 산적했다.

이것은 지난 여름 허리케인 ‘아이린’에 125그루의 나무가 꺾이거나 뽑혀버렸던 것의 7배에 달하는 피해였다. 전체 840 에이커(3.4㎢)의 절반에 달하는 크기, 보트하우스 인근의 떡갈나무와 느릅나무, 벨베디어 캐슬 옆의 자작나무와 딸나무, 오벨리스크 주변의 매그놀리아와 오디나무 등 1000여 그루가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센트럴파크의 이토록 황량한 풍경은 그 곳에서 27년간 공원을 관리해오던 이에게도 낯선 모습이었다. 더글러스 블론스키 공원관리사무소장은 30일(이하 현지시간) 현장을 둘러보며 “마치 폭탄이 터진현장 같다”고 했다.

미국 동북부를 강타한 10월의 폭설은 한겨울보다는 적설량이 적은 편이지만, 전례없이 피해가 컸다.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는 것이 공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먼저 낙엽이 채 떨어지기 전에 눈이 내리는 바람에 나무가 무게를 견디지를 못했고, 나뭇잎 위에 눈이 고스란히 쌓이면서 크고 작은 가지들이 엿가락처럼 휘어졌고, 이는 나무의 몸통조차 버티기 어렵게 만들었다. 온도마저 섭씨 0도 전후에 머물면서 물기를 잔뜩 머금어 눈의 무게를 더했으며 눈이 찔끔찔끔 녹아내린 지난 주말과 달리 차라리 수은주가 더 떨어졌다면 피해가 오히려 적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피해가 가장 집중된 곳은 방문객들이 많이 몰리는 86번가였다. 날씨가 조금씩 풀리며 센트럴파크의 상황을 궁금해하는 뉴요커와관광객들의 발길이 서서히 이어지고 있는데 관리사무소 측은 부러진 채 공중에 매달려 있는 많은 나무 가지들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니 당분간 나무 아래를 걷는 것을 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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