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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그리스의 ‘고객 정치’, 우리도 닮는가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 방안을 놓고 혼란이 야기됐던 그리스 사태는 국민투표 철회와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에 대한 의회 재신임으로 겨우 진정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잠시 곁길로 빠졌다가 다시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뿐이다. 파국으로 치닫던 위기 상황에서 일단 발등의 불은 꺼졌지만 유로존에 잠복된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얘기다.

그리스 자체가 아직은 정치적인 돌발변수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판드레우 총리가 재신임을 얻었다고 해도 정치 도박에 가까운 국민투표 방안을 제시했던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거듭된 논란 끝에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그렇다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신 것은 아니다. 파판드레우 총리의 무책임한 즉흥적인 국민투표 주장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지금 우리의 정치 상황이 절로 떠오른다. 우리가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 여야 정치권은 오로지 집권욕에 사로잡혀 기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가 하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국회 표결 처리를 거부하며 국민투표 방안까지 들먹이는 상황이다.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는 이를 통제하기는커녕 자체 내 심각한 마찰 현상을 빚고 있다. 정치인들이 인기와 영합, 타협을 거부하는 한 우리 정치, 경제 위기는 모면할 길이 없다.

특히 여야는 지난 10·26 보궐선거를 계기로 ‘묻지마 복지’ 정책으로 급선회한 느낌이다. 내년의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서다. 그러나 물가가 치솟고 수출 여건이 악화, 빨간 신호등이 켜진 우리 경제에 정치권의 이런 선심공세는 위험천만이다. 그리스가 지금처럼 극심한 재정적자 위기에 맞닥뜨린 것은 퍼주기 방식의 ‘고객 정치’에 있었음을 여야 모두 되새겨야 한다.

물론 복지정책 자체가 무조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선순위를 따져야 하고 재원조달의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선심만 쓰다가는 한정된 국가 재정이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선심정책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한 그리스가 마지막까지 국민투표 방안을 놓고 갈팡질팡했던 모습이 우리 정치인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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