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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안철수 신드롬보다 시대정신을 읽어라
안철수 바람의 행선지는

상식 통하는 공정한 사회

불신덩어리 정치권은

이걸 알아야 대선 보인다



‘안철수 신드롬’이 갈수록 공고해지는 느낌이다.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던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 출마를 언급할 때만 해도 치솟는 인기를 모두들 일시적 현상쯤으로 여겼다. 정치권에선 한 달이면 빠질 것이라고 했고, 안 교수 본인조차 “오래가지 않아 사그라질 것”이라고 했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 했던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하자 일거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세론을 무너뜨리며 강력한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예비 대선 판도가 급작스레 요동을 치며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엊그제 전 재산 절반 기부는 그의 신드롬을 절정으로 치닫게 했다. 정치권은 예기치 못한 행동에 좌충우돌하며 충격에 빠진 반면, 국민들은 모처럼 청량감을 만끽하며 환호했다. 하지만 그는 ‘오래전 생각했던 일을 실천한 것’이라고만 했을 뿐 더는 말이 없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를 두고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의 다양한 해석을 쏟아냈다. 대권을 향한 거대한 계획이 시작됐다는 식의 반응이 주류다. 안 교수는 가타부타 반응이 없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시작에 불과했다. 탄력을 받은 안 교수의 지지세는 정치권의 헛발질로 무한질주할 태세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싸고 여당의 단독 표결처리 강행과 야당의 몸싸움 저지라는 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판이 당리당략에 막혀 케케묵은 모습을 보일수록 국민들의 절망감과 안 교수의 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 상황은 그렇게 전개되고 있다.

그런 그가 내년 초 자전적 에세이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초보 정치인이 정치에 입문할 때, 선거를 앞둔 정치인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이른바 출판 정치를 한다. 안 교수의 출판도 이 같은 관점에서 보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 기성 정치권의 3차원적 잣대일 뿐 어떤 4차원적 반전이 전개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본인조차 그럴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책이 출판되면 그의 정치적 인기와 영향력은 또 한 번 폭발할 것이다. 그 끝은 어디일까.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의 ‘안철수 구애’가 한창이다. 이런저런 명분과 이유를 들어 자신들의 틀 속으로 끌어들여 큰일을 도모하자는 게 골자다. 그럴까. 설령 안 교수가 정치판에 뛰어든다 해도 그들과 함께할 확률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오히려 길을 확실히 달리함으로써 안철수식 정치를 완성하게 될 것이다.

그가 제도권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자신이 판단할 문제다. 실제 그가 그만한 정치적 역량이 있는지 검증은 없었다. 또 제도권 정치에 들어와도 지금의 지지세가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그의 정치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것은 안철수 신드롬의 메시지다.

대중이 안 교수에 열광하는 것은 한마디로 공정한 사회에 대한 갈망이다. 정치권이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책무를 우리 사회가 보여주지 못한 데 대한 반발이다. 심화되는 양극화로 경쟁에서 밀린 99%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를 돌파할 해법을 도출하지 못하면 제2, 제3의 안철수는 언제든 출연할 것이란 경고를 담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이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을 제대로 읽어내느냐의 여부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것은 상식이 통하는 따뜻한 자본주의다. 이념의 틀에 갇혀 허우적거리면 결코 이런 시대정신이 보이지 않는다. 그걸 안철수 신드롬이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정치권은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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