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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아줌마들의 수다’…한국알리기 전도사로 나선 러시아 아줌마
“한국에서 아이 키우기 너무 힘들어요. 학교 교육 너무 달라 아이교육 정보 전해주고 싶어요.”

매주 화요일~목요일 오전 10시. 라디오 빙송 ‘관악FM’(100.3Mhz)에 채널을 고정하면 1시간 동안 특별한 방송이 울려퍼진다. 프로그램명은 ‘굿모닝! 세상의 아줌마들’. 중국어, 필리핀 따갈로그어, 러시아어로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다문화 아줌마들의 수다의 장이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YWCA봉천종합사회복지관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마련한 미디어 교육 과정을 통해 양성한 다국적 MC들이 진행한다. 지난해 3월14일 첫 방송 이후 9개월째 전파를 타고 있다.

카자흐스탄 출신의 결혼 10년 차 아줌마인 마리아(31ㆍ여) 씨.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두고 있는 그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주부 2명과 러시아어 방송 MC를 맡고 있다.

마리아씨는 한국의 교육 문제에 유달리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그는 “한국과 CIS국가 교육이 너무 달라요. 체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한국에서 논란이 있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 돼요”라는 마리아씨는 “방송에서 아이교육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리아(사진 중앙)씨가 서울대입구역 인근 관악FM 스튜디오에서 러시아어 공개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에 청취자들이 꾸준히 늘고 인터넷 게시판에는 생활정보에서부터 아이교육까지 다양한 질문들이 올라온다. 방송 초기에는 간단한 질문들이 올라왔지만, 이제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관련 서적을 찾아봐야 할 정도이다. 마리아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할 때 같이 옆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어요”라고 말하지만, 그도 처음에는 밤을 새며 대본을 써야했다.

기성 방송사처럼 작가가 따로 있어 대본을 써 주는 것도 아니다. 오프닝멘트에서 클로징멘트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출연자들의 몫이다. 자원봉사 차원에서 하고 있지만 방송을 하면서 마리아씨는 더 큰 것을 얻고 있다고 자랑한다. “아이가 엄마가 방송을 한다는 것에 큰 관심을 보여 방학을 맞아 조만간 방송국 구경을 시켜 줄 생각이다”며 “얼마 전에는 8년 전에 연락이 끊겼던 선교사와 연락이 닿았다”며 웃어보였다.

9개월 가량 방송을 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로 서울 동대문 인근에서 영업하는 러시아음식점 광고 CM을 제작한 것. 남자 목소리가 필요해 담당PD에게 발음을 적어주고 읽게 했는데, 술취한 사람같은 이상한 억양에 출연자들이 박장대소했지만, 의외로 방송을 들은 이들로부터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앞으로 마리아씨는 교육 코너를 강화해 일선에 있는 교사나 교육 관계자를 게스트로 초대해 한국에서 아이를 교육시키는 방법에 대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알려줄 생각이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대부분 한국어만 사용하는데, 라디오동화 코너도 신설해 엄마 나라의 말도 알게 해 주고 싶다. 국적문제나 외국인 권리 등 한국에 거주하면서 직면하게 되는 여러 법적인 문제들도 소개하고 대처법을 소개할 생각이다.

마리아씨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미디어 교육에 참여했지만 이 젠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면서 "청취자들의 반응을 느낄 때마다 보람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 /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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