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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희태 모르쇠 일관…‘길’ 막힌 檢, 다시 저인망식 수사 유턴
박의장 “나는 모르는 일”

강한 부인에 檢 난관 봉착


계좌추적·분석에 주력

안병용·고명진 보강수사

밑단부터 조사 불가피


박희태(74) 국회의장이 “나는 모르는 일”이란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로써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던 지름길이 사실상 막혀버렸다. 검찰로선 종전대로 밑바닥부터 긁어 올라가는 상향식 조사과정을 차근차근 밟는 수밖에 없게 됐다.

박 의장은 해외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18일 오전 “이번 논란은 발생한 지 4년이 지난 일이라 기억이 희미하다. 당시 중요한 5개 선거를 몇 달 간격으로 치렀다(그래서 일일이 기억할 경황이 없다)”고 밝혔다. “전혀 그런 일이 없다. 돈 만져보지도 않았다”던 종전 입장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셈이다.

박 의장은 이번 사건을 폭로한 고승덕(55) 의원이 검찰에서 “박 당시 당대표 후보 명함이 든 돈봉투를 받았으며, 전대 다음날 박 후보 비서인 고명진(41) 씨에게 이를 돌려줬다”고 진술하면서 애초부터 돈봉투 살포와 직결된 핵심인물로 지목돼 왔다.

▶박 의장 입장 불변, 지름길 막힌 수사=가정법이지만 박 의장이 최소한 사건을 사후(事後) 인지하고 있었다고 시인했다면 검찰 수사는 일거에 급진전될 수 있었다. 줄곧 돈봉투 배달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 안병용(54ㆍ구속) 씨와 고명진 씨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고, 부담을 갖던 윗선급 실무자 소환도 명분상 용이해진다.

그러나 돌아온 박 의장이 마치 꼬리 자르듯 관련 의혹을 부인함에 따라 검찰 수사는 지름길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진술 의존도가 높은 선거사범 수사 특성상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박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소정의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이는 검찰 수사에 자발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말과는 의미가 다르다. 수사 진행상황을 제3자 입장에서 지켜보겠다는 뉘앙스에 가깝다.

이는 박 의장이 올 4월 총선 불출마를 거론했을 뿐, 의장직 사퇴 의사는 밝히지 않은 데서도 짐작되는 맥락이다. 박 의장은 소속 한나라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사퇴하라는 압박을 받아 왔다. 이처럼 사면초가에 놓이면서도 자리를 지킨 것은 결국 앞으로도 의혹에 대한 입장 번복이 없으리란 것을 시사한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돈봉투 사건의 정점으로 의심을 사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바닥을 훑는 저인망 수사를 벌여야 할 상황이다. 사진은 진입금지 표지판에 세워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헤럴드경제 DB]

▶고씨, 안씨 ‘밑단’부터 수사 보강=앞서 검찰은 전날인 17일 박 의장의 귀국 및 입장표명이 당장 수사 상황에 변동을 주진 않을 것으로 내다 봤다. 전혀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닐지언정 이 같은 전개를 사실상 예견하고 있었던 셈이다.

검찰은 도리 없이 ‘밑단’에 대한 수사부터 보강하는 움직임이다. 17일 수감 중인 안씨를 불러내 보강조사를 진행한 검찰은 고씨에 대해서도 계좌 추적과 분석을 계속하며 혐의점을 찾고 있으며 이번 주중 그를 다시 불러낸다는 계획이다.

고씨는 고 의원실 측으로부터 300만원을 돌려 받은 사실만 시인했을 뿐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부인하며 검찰의 속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돈 돌려받은 것만으로는 범죄가 안 된다. 고씨가 고 의원실에 돈을 전달한 ‘30대 뿔테 남성’임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이와 더불어 고씨의 윗선으로 지목된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소환 등 고위 실무자 조사도 시야에 넣고 있다. 검찰 측은 표면상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미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이르면 금주 중 소환을 유력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 수석은 이런 의혹에 대해 “돈봉투는 모르는 일”이라며 “언제든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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