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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장 지급정지 쉬워지자 보이스피싱, 가짜계좌로 은폐엄폐
지난 20일, 설을 앞두고 근무하고 있던 직장인 김모(34)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같은 사무실에 있는 선배가 갑자기 메신저로 “설을 앞두고 아는 사람에게 급히 돈을 보내야 하는데 인증서가 3회 오류나서 그러니 돈을 대신 보내달라”고 말을 걸어온 것이다. 사람을 바로 앞자리에 두고 왠 메신저인가 의아해 하던 김씨는 이내 말로만 듣던 메신저피싱임을 직감하고 돈을 보내줄 것 처럼 위장해 계좌번호를 알아냈다. 이후 “보이스 피싱 그만해라”며 상대방을 놀려주고는 더 큰 피해를 막아보겠다며 뉴스에서 본 것 처럼 100원을 해당 계좌에 입금, 통장지급정지를 시키려 했다.

정말 당황스러웠던 것은 이때부터였다. 돈을 보내려는 계좌가 ‘없는 계좌번호’라고 뜬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경찰에 문의해 보고서야 김씨는 보이스피싱범들이 4만~5만원씩 하는 대포통장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 계좌를 먼저 알려준 후 입금 의사가 확실한 사람에게만 진짜 계좌를 알려준 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씨는 “태어나서 보이스피싱을 직면한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계좌를 막아 더 큰 피해를 예방하려 했는데 가짜계좌를 알려주는 줄은 몰랐다. 다음부터는 진짜 계좌까지 확인해서 막아야 겠다”며 억울해했다.

지난해 11월 30일, 112 신고만으로도 통장 지급정지 신청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되는 등 보이스피싱 계좌를 막기 쉬워지자 보이스 피싱범들이 가짜 계좌를 이용해 진짜 대포통장을 숨기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상대방이 정말 돈 넣을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단 가짜계좌를 불러준 후, “여기 돈이 안들어가는데요”라고 말을 하면 그제서야 “아, 번호 잘못불러줬네, 진짜는 이거야”라며 진짜 대포통장 번호를 불러주는 방식이다.

이는 대포통장이 한개당 4만~5만원선에 거래되는등 통장 자체도 값이 나가는데다, 그동안 남들을 속여 번 돈이 들어와 있는 대포통장이 지급정지될 경우 범죄로 번 돈이 한꺼번에 동결되면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을 하는 사람들은 계좌가 들통나 지급정지신청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한다”며 “최근 일반인들이 보이스피싱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 잘 안속아넘어가는데다, 112신고로 통장에 대한 지급 정지가 가능해지는 등 보완장치가 나오자 피싱범들도 가짜계좌를 먼저 부르는 ‘안전장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어 “보이스피싱을 뿌리뽑기 위해선 통신쪽으로는 ‘발신번호 위ㆍ변조 방법’을 차단하고 금융쪽에서는 대포통장을 뿌리뽑아야 한다”며 “귀찮더라도 보이스피싱범들이 사용하는 진짜 계좌를 알아내 112에 신고하면 보이스피싱을 뿌리뽑는데 큰 도움이 될것”이라며 도움을 부탁했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7~2010년 사이 발생한 전화 보이스피싱은 총 2만4610건으로 2008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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