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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셋 죽었는데 아버지는 아이들 옆에서 기도?
전라남도 보성에서 P(43) 목사가 지난 1월부터 독감에 걸린 10살 딸, 8살 아들, 5살 아들 등 세 아이를 기도로 치료하겠다고 나섰다.

P목사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열흘 넘도록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큰 딸은 지난 1일 오후 10시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P목사는 큰 딸 시신을 방치한 채 기도로 살리겠다고 계속 기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8살 아들은 지난 2일 오전 5시께, 5살 둘째 아들은 같은 날 오후 7시께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스럽게도 갓 한 살짜리 태어난 막내 자녀는 살아 있었고, 경찰에 인계됐다.

열흘 넘도록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친척이 지난 11일 오전 P목사 집에 찾아와 발견하면서 세 아이의 시신은 수습될 수 있었다.

당초 P목사는 지난달 16일 5살 둘째 아들이 감기 증세를 보이자 전남 화순의 한 소아과에서 치료를 받게 했다. 이후 나머지 아이들은 읍에 있는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지어 먹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큰 딸이 지난 1일 숨을 거뒀다. P목사는 큰 딸 장례를 치르지 않고 기도를 하면 살아날 것으로 믿고 열흘 넘게 금식기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날도 P목사는 방문을 안에서 걸어 잠근 채 아이들 시신 곁에서 기도를 할 뿐이었다.

발견 당시 세 아이들은 모두 조그만 방안에 나란히 누워 있었으며 외상은 없었으나 밀폐된 공간에 오래 방치돼 심하게 부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P목사 아내로부터 “큰아이가 사망할 때 피를 토하고 거품을 물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특히 P목사 부부가 지난달 16일 감기약을 구입한 이후 금식기도를 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일주일 정도 금식기도를 하면 질병을 치료하고 죽은 아이도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P목사 부부는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음식을 줬지만 아이들 스스로 거부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P목사는 2009년 3월 월세 20만원에 1층짜리 단독주택을 얻어 교회를 열었으며, 신도는 11명인데 마을 주민은 없고 거의 외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이들 P목사 부부가 전남 진도에서 살다 2년 전쯤 전도활동을 위해 이 마을에 교회를 세웠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마을 인근에 큰 교회가 있어 이들 부부의 교회에 다닐 일도 없었고, 특히 일반 교회와는 다른 분위기에 접근 자체를 꺼렸다고 주민들은 전하고 있다.

4가구만 사는 조용한 마을에서 아이들 3명이 한꺼번에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마을은 발칵 뒤집혔다.

한 주민은 “교회가 지어졌을 때 평범한 교회인 줄 알았다”며 “그러나 교회에 나오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왠지 분위기가 마음에 안들어 주민들도 부부를 거의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1차 검안 결과 외상이나 골절 흔적은 보이지 않아 외부의 힘으로 숨졌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감기에 걸린 이후 줄곧 기도를 했다는 P씨의 진술과 아내의 진술이 일치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안수기도를 하며 질식사했을 수도 있고 폐렴이나 다른 질환에 의해 숨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독극물 반응 여부도 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며 “감기에 의해 숨진 것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인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숨진 아이들의 시신을 수습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P씨 부부를 유기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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