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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행 당한 딸이 또 왜?…아버지의 눈물

  • 기사입력 2012-02-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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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당한 딸…그러나 이제는 피의자들로부터 ‘협박’ 받는 신세
지방 전전하며 협박 피해 도망다니고 있는 형편

“어른들 말씀 잘 듣고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 아빠가 조만간 내려갈게.”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외버스터미널. A(47)씨는 고사리 같은 딸의 손을 어루만지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14살인 딸 B양을 지방의 친척 집에 홀로 보내는 길이었다. 딸을 태운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A씨는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성폭행 피해를 당한 내 딸이 피해자인데 왜 우리 딸이 이렇게 도망을 가야 하나요. 저 어린 것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딸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아버지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꼭 한 달 전이었다. 며칠 동안 연락도 없이 집을 나갔던 딸이 돌아왔다. A씨는 딸에게 이유를 물었다. 입을 꾹 다문 채 눈물을 글썽이던 B양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딸의 입에서 나온 말. 청천벽력이었다. 가슴이 메었고, 쓰라렸고, 아프고 미칠 것 같았다.

그 말은 바로 “아빠 나 성폭행 당했어요”였다.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A씨는 곧바로 서울 은평경찰서에 성폭행 피해를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양은 지난해 12월 13일 한 PC방에서 친구와 채팅을 하다 서울 갈현동에 있는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 그곳에서 일면식도 없던 C(19)군과 D(19)군을 만났다. 이들은 B양의 신체 일부를 성추행하다 이후에는 강제로 성폭행 했다.

피해 접수를 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월 13일 가해 학생들이 검거됐다. 가해 학생들은 “합의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남들보다 지능이 떨어지는 B양이 경찰 조사에서 사건 발생일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또 B양은 3차 조사에서 “합의 하에 관계를 했다”고 진술하기도 하는 등 혼란을 줬다.

그러나 경찰은 1월 15일 가해 학생들을 성폭행 혐의로 구속했다. B양이 처음 성폭행 피해사실을 털어 놓은 친구 E양이 경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강제적으로 이뤄진 성폭행이었다”고 진술한 것을 신빙성있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일부 가해 학생들이 B양에게 “합의 하에 한 일”이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정황이 있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C군과 D군은 1월 18일 서울 서부지검으로 송치됐다. A씨는 사건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고통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가해자 측은 지인들을 동원해 B양에게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했다.

가해 학생의 친구들이 B양을 찾아와 강제로 가해자들을 면회하도록 했다. 19일에는 가해자 부모가 찾아왔다.

두려움에 지방에 있는 친척집에 내려가 있던 B양에게 가해자 측 변호사가 지난 3일 연락을 취해왔다. 아버지 A씨는 “변호사가 딸을 자신의 사무실로 오게 해 택시비, 밥값, 용돈 등을 제공했다. 그리고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는 진술을 녹취하고 고소취하서를 작성해 서명하게 했다”며 “딸은 내가 고용한 변호사가 부르는 줄 알고 순순히 응했다. 이 자리에는 가해 학생의 친구들도 모여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가 진행됐다. B양은 “가해자 친구들이 시켜서 거짓말로 합의 하에 관계를 했다고 했다. 성폭행을 당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폭행 피해자 B양은 다시 공포에 떨게 됐다. 지난 6일 가해자 C, D군에 대한 구속기한이 끝나면서 이들이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법적으로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 빠르게 대충 수사하는 것보다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수사를 하는 것이 피해 학생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가해자 측 변호인은 10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기소가 불가능한 사건이다. 검찰이 공소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풀어준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해 합의했다는 진술을 받아 녹취도 했다. 강압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들이 풀려난 후 하루가 멀다하고 가해자 측 가족들이 B양을 찾아오고 있다. A씨는 “지난 8일에도 가해자 친구의 누나라고 신분을 밝힌 사람이 집에 다녀갔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고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한 뒤 도망가기도 한다. 가족들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B양은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 말수도 현격히 줄었다. 정상적인 학교생활도 불가능해져 다음 학기엔 휴학을 해야 할 상황이다. 또래들보다 지능이 낮아 늘 아버지의 애간장을 태우긴 했지만 B양은 A씨가 살아가는 가장 큰 힘이었다. B양의 담임교사는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애라고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감정조절능력이 부족해 학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면이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B양의 의료 및 법률 지원을 맡고 있는 서울 해바라기아동센터는 지난 9일 “우울증이 심각한 상태다. 또 피해자의 집으로 가해자 측이 계속 찾아오는 상황이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보복 피해가 우려돼 형사 한 명을 배치했을 정도다.

A씨는 현재 가족 모두 잠시 집을 떠나 피신할 장소를 찾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일용직 노동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며, 사돈이 구해준 단칸방에 살고 있을 만큼 형편이 어렵지만 딸이 겪는 고통을 더이상 볼 수가 없어서다.

아버지 A씨는 “내가 배운 게 없고 형편이 넉넉지 못하다보니 딸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법적 지식도 없고 변호인을 선임할 돈도 없으니… 모든 게 내 탓인 것 같다”며 가슴치며 울었다.

박수진ㆍ김성훈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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