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관들은 길안내, 분실물 찾기 등 비 치안적인 서비스의 중요성은 높게 생각하면서도 현재 비치안업무에 너무 시간을 뺏겨 치안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찰의 고유 정체성에 대해서도 혼란을 느끼는 경찰이 많았으며, 경찰조직이 통일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대책이 요구된다.

원광대학교 한상암 교수팀이 지난해 연구한 “경찰청체성 확립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선경찰 974명에게 설문조사해본 결과 이들 중 주민의 비 치안 서비스 요청에 부합하는게 중요하다고 답한 경찰이 484명(49.6%)로 부정적 답한 158명(16.1%) 보다 높았다. 그렇지만 정작 범죄와 관련 없는 서비스에 너무 시간을 뺏긴다고 답한 사람이 807명으로 전체의 82.7%나 차지하는 등 비치안 서비스의 중요성은 인식하지만 그에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긴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찰활동 중 범죄 검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681명(70.2%)으로 높았고, 주민들의 안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839(86%)에 달하는 등 치안 위주의 순찰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짐든 노인 돕거나 길안내, 분실물 찾기등 비 치안 서비스에 시간을 더 많이 뺏긴다는 것이다.

“경찰 조직에 통일된 정체성이 확립됐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대답한 사람이 415명(42.5%)명, ‘보통이다’로 답한 사람이 381명(39%)으로 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긍정적으로 답한 사람은 고작 179명(18.3%)에 불과해 경찰의 통일된 정체성을 확립해주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통일된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하다 보니 경찰만이 가지는 고유한 정체성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워 했다. 경찰만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24시간 3교대 근무등 근무의 특수성을 높게 꼽는 사람이 430명(44.1%)으로 가장 높았으며, 제복과 계급체계 113명(11.6%)등을 꼽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에 반해 ‘임무와 역할’이라 말한사람 379명(38.9%)로 상대적으로 적어 문제의 여지가 남았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경찰이 범죄자 처벌에만 국한하는 소극적인 경찰활동을 전개한다고 보고, 경찰 차원의 ‘회복적 사법제도’등을 도입해 능동적이고 통일된 경찰 정체성을 확립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