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보좌진 인건비만 年3억8000만원
국회의원 ‘그들만의 특권’은
철도·항공·선박 무료 탑승

일상에서도 혜택의 연속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들만의 전당’ 같다.”

21일 국회를 방문한 한 시민의 말이다. 국회에 들어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한다. 의원들의 눈요기를 위해 만든 드넓은 잔디밭은 일반인들에게는 곤혹스런 공간이다. 국회 앞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본관까지 거리만 1㎞에 달한다.

한겨울 칼바람, 복중 땡볕과 싸우며 도착한 정문도 들어가기가 불가능하다. 경호원들의 꾸지람과 함께 다시 큰 건물 밖으로 돌아 후문에서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또 본관 밖 의원회관이나 국회도서관을 가기 위해서는 또다시 보안, 출입증 검사를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절차는 막상 매일 국회를 드나드는 국회의원들에게는 생소하다. 그들은 검정색 고급 세단을 타고 국회 이곳저곳을 누빈다. 일반인들에게는 무뚝뚝하고 거친 경호원들도 국회의원 앞에서는 거수경례하기 바쁘다. 그들의 전용 출입문은 일반인들과 달리 정문이다. 일반인과 다른 대접을 받는 국회의원들은 한 달 뒤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저렴한 점퍼를 입고 골목 시장을 다니며 시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게 된다.



흔히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면 생기는 특권이 200여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국회의원 특권은 헌법상 보장된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금배지를 달면서부터 받는 일상 생활속의 혜택은 대기업 사장이 부럽지 않다.

국회 사무처가 책정하는 의원들의 입법활동 지원 경비와 사무실 지원금은 연간 6000만원 수준이다. 매월 차량 유류대 110만원과 별도로 36만원의 유지비가 지급된다. 철도 및 비행기, 선박 무료 이용도 의원들의 대표적 특권이다

의원의 한 해 연봉은 지난 1월 기준으로 약 1억3400여만원이다. 2010년까지만 해도 987만원대였지만 지난해 5.1%를 인상하면서 억대 연봉자로 진입했다. 세비와는 별도로 가족수당(매달 배우자 4만원, 20살 이하 자녀 1인당 2만원)과 자녀학비보조수당(분기당 고등학생 44만6700원, 중학생 6만2400원)도 신설됐다. 그밖에 각종 식대 명목으로 연간 600만원이 지급되고, 전화요금과 우편요금도 월 90만원가량 지원된다.

폭력국회에서 의원들 대신 방패막이ㆍ돌격대로 변신하는 국회의원 보좌진에 들어가는 돈도 엄청나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과 5급 비서관 각 2명, 6급ㆍ7급ㆍ9급 비서 각 1명까지 모두 7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의원들은 월급 120만원의 인턴도 2명 채용할 수 있다. 이들에게 드는 인건비는 연간 3억8000여만원이다. 의원이 본회의에 출석 한 번 안 해도, 지역구에 내려가 선거운동을 하는 기간에도 똑같이 금액이 지급된다.

국회가 국민 눈높이에 다가가려 한다면 이런 ‘특권의 장벽’부터 낮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례로 일본 정치권은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에 따른 서민 박탈감을 고려해 국회의원 급여를 8% 이상 삭감하기로 했다.

북유럽 국회의원은 특권이 거의 없기로 유명하다. 덴마크 국회의원 181명은 모두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여성의원이 전체 40%에 달하고 여성 의원의 자전거에는 장바구니가 달려 있다.

다시 눈앞으로 다가온 선거철엔 실현 가능성 적은 포퓰리즘 공약보다는 과감히 자신의 특권을 버리겠다는 공약이 더 국민들에게 호소력이 짙을 것이다.

<양대근 기자> / bigroo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