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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림하는‘권력의 단맛’에 흠뻑…‘욕’먹어도 욕심에 목맨다
[연중기획 With me] 민주주의 4.0 우리는 지금 ⑤ 무책임·불성실·특권정치
“이제 그만둬야지” 하다가도
선거철만 되면 공천에 혈안
한번 권력에 맛들이면
희생정신·사명감 잊어버려


‘본회의가 열리면 잠깐 얼굴을 내밀었다가 바로 퇴장하고, 선거 때면 되든, 안 되든 일단 선심성 공약을 내지르고, 세상을 다 쥔듯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국민의 눈에 투영된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모습은 불성실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도 않고, 특권의식에 흠뻑 젖어 있다.

국회 다수당인 새누리당과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비례대표 전략지역 공천 배제’ ‘현역 의원과 정치 신인의 일대일 경선’ 등 현역 정치인의 프리미엄을 줄여 물갈이를 시도하고 있다. 

공천의 화두는 ‘기득권 포기’다. 상전벽해 같은 변화를 바라보는 여의도 터줏대감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잘못된 특권은 당연히 줄여나가야 한다”며 현실을 인정하는 의원도 있고, “정치에 대한 불만이 엉뚱하게 국회의원들을 향한 트집잡기로 번지는 것 같다”며 답답해하는 당직자도 있다. 정치권의 진통과는 상관없이 유권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썰렁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겠지’라는 정치불신은 치유불능의 상태까지 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선거공약을 믿는 유권자는 별로 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치권이 4ㆍ11총선을 앞두고 쏟아낸 복지공약이 향후 5년간 340조원, 우리나라 1년 예산을 훌쩍 넘어 국가 부도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실현 가능성 없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불과 4년 전 18대 총선 때와 똑같이 여야는 ‘장밋빛’ 공약과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공약, 돌려쓰고 베껴쓴 ‘미투이즘(metooismㆍ나도 똑같이)’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해머와 전기톱을 동원하고, 최루탄을 터트리고, 아니면 말고식 폭로를 일삼아도 국회의원은 치외법권의 영역에 있다.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할 수 없으며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하여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특권이 있기 때문이다. 



한 국회의원은 “여의도에는 딱 두 부류가 있는데, 국회의원을 해본 정치인과 국회의원을 안 해본 정치인”이라고 했다. 국회의원으로 누린 특권과 권력이 여의도를 떠나는 순간 금단현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정치인, 특히 현직 의원이 내려놔야 할 진짜 특권은 경제적 혜택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민을 위한 봉사자가 아닌 국민을 대표하는 특권층이 됐다는 ‘명예욕’, 장관ㆍ대기업 총수 등 아무나 불러놓고 호통칠 수 있는 ‘군림하는 권력’이 특권 논쟁의 본질이라는 지적이다.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한 현역 의원은 “막상 명시된 특권은 전용 엘리베이터 같은 자잘한 것들뿐”이라며 “이런 것들 때문에 재선, 삼선에 목을 맨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적하는 ‘버려야 할 특권’은 바로 욕심이다. “한 번 해봤는데, 한 번만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이 정치를 줄대기와 파벌 싸움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처음 국회의원이 되면서 품었던 봉사와 희생정신, 그리고 사명감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사라지고, 그 자리를 명예욕, 권력욕이 대신하면서 구악의 정치인과 똑같아졌다”는 설명이다.

정치 개혁을 논할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폭력 의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정활동 불충실 의원 퇴출시스템 도입’ 같은 논의가 번번이 용두사미로 사라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명예와 권위를 함부로 버릴 수 없는 처지를 서로가 너무 잘 알기에 옆 동료의 잘못을 매정하게 내칠 수 없다는 ‘동업자 정신’이 강하다.

한 현역 의원은 “국회에는 심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몸싸움과 난장판을 없애려면 국민들이 나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유권자와 국민이 아닌, 절대 권력자와의 소통에만 매달리고, 이들이 던져주는 기득권에 취한 정치인을 표로 심판해야만 현역 의원ㆍ정치인의 특권이라는 말도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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