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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무상보육, 수용도 못하면서 와글와글
준비되지 않은 공짜 복지의 부작용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다음달부터 소득에 관계 없이 전면 시행하는 0~2세 무상보육만 해도 그렇다. 이달 들어 20만3000명(20일 현재)이 무상보육을 신청, 작년 어린이집 이용자 16만명을 훨씬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월말까지는 30만~34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전업주부, 부잣집 등 자체 보육 여력이 충분한 가정에서도 “가만 있으면 나만 손해”라며 몰려드니 신청자가 폭발적인 것이다. 공짜를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결과 서울 등 대도시의 국ㆍ공립 보육시설은 물론 웬만한 사설 어린이집까지 초만원이다. 수용 능력의 몇 배씩 신청자가 몰려 일부 시설이 좋은 곳은 수년을 기다려야 자리가 날 정도라고 한다. 정부는 5세 미만 어린이집 시설을 활용한다지만 수요 감당은 어림도 없다. 이 바람에 정작 시설 이용이 절박한 맞벌이 부부와 생계가 어려운 극빈층 가정 영유아들은 순위에서 밀려날 판이다. 보육기관 시설 내용도 그만큼 허술해질 것이다.

복지 정책은 한번 시행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막대한 규모의 재원 조달도 문제지만 여건이 충분히 갖춰졌는지 꼼꼼히 살핀 뒤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낳으면 정부가 일정 부분 보육 책임을 맡는 것은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서둘러 시행하는 탓에 ‘보육대란’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기왕 돈을 들일 바에는 영유아 보육 시스템 자체를 정부가 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모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우선 전체 수요의 6%에 불과한 국ㆍ공립 보육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웃 일본만 해도 관련 시설의 60%가량이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는 사내 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하고 대신 법인세 감면 등 적절한 반대급부를 제공,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그러고도 모자라면 사설 보육시설을 이용토록 하고 그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준비 덜 된 무상보육 확대는 일부 양심 불량한 어린이집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될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쏟아내는 각종 무상복지 정책들도 다를 게 없다. 인기에 영합하는 복지 확충은 재앙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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