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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은 왜‘이어도 사나’를 외칠까
춘분·추분 무렵에만 얼굴 드러내는 제주 남단 176㎞ 거리의 해저 지형물…해양영토 확장 나선 中 분쟁지역화 야심
EEZ경계 획정시 유리한 작용 우려
2003년 한국 해양기지 준공때도 반발
14차례 회담 열었지만 아직 결론 못내

역사적으로 자연스런 주권 취득 불구
“중국대륙판에 속해있는 中영토” 억지
“황해·동중국해 공유 대륙붕” 일반적 인식

영토면적 비례한 해안경계 주장 반박할
대응논리·명분 개발 필요성 절실


“이엿사나 이어도 사나 이엿사나 이어도 사나”

한국인의 DNA에 깊숙이 각인돼 있는 이어도가 수난을 겪고 있다. 

호시탐탐 이어도를 노리고 있는 중국은 급기야 “이어도가 중국 관할 해역에 있다. 감시선과 항공기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된다”며 정부와 한국민 자극에 나섰다. 과거보다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낸 이는 중국의 장관급인 류츠구이((劉賜貴) 국가해양국장이다.

이 발언의 진위와 배경 여부를 떠나 중국 고위 관계자가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그만큼 이어도에 대한 중국의 야욕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외교통상부가 “이어도는 영토분쟁 대상이 아니다”며 관할권이 우리 측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나섰지만 중국이 좀체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중국은 오히려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어도는 쑤옌자오(蘇巖礁)라며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가 중첩되는 지역인 만큼 담판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 한국인의 신화 속 섬 ‘이어도’에 대한 21세기판 제국주의적 도발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어도는 섬? 암초?= 춘분과 추분 무렵에만 얼굴을 드러내는 이어도는 제주도민에겐 신화 ‘속’ 섬으로 통한다.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이나 아들이 사는 환상의 섬이다.

신화 속의 섬 이어도가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 것은 1901년 영국 해군이 이어도에 좌초한 소코트라호의 이름을 따서 ‘Socotra rock’이라는 이름으로 해도에 표기하면서부터다. 중국은 쑤옌자오, 일본은 하로우수라고 부르고 있다.

이어도는 한국인의 신화 속에선 섬이지만 자연지리학적으로는 섬이 아닌 해저지형물에 해당한다. 북위 32도 07분, 동경 125도 10분에 자리한 이어도는 가장 높은 곳도 바다 표면에서 4.6m 아래에 잠겨 있다. 춘분과 추분 무렵에만 볼 수 있을 뿐 나머지 기간에는 대부분 물밑에 숨어 있다.

다만 파도가 심할 때는 종종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도의 평균 파고는 3~6m, 태풍 때는 16m 내외에 이른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항해술과 조선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높은 파고와 함께 드러나는 이어도는 죽음과 연결되는 불귀의 섬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얼핏 보면 쓸모없는 암초일 뿐이지만 한·중·일 3국에 의해 만들어지는 삼각형 복판 해역에 자리하고 있어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갖는다.

▶뿌리깊은 중국의 도발= 중국의 이어도 도발은 1990년대부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은 특히 우리 정부가 2003년 6월 준공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직 EEZ 경계가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어도에 인공구조물을 세운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EEZ 경계 획정 시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이던 2000년과 2002년 두 차례 항의를 했으며 2005년에는 해양감시기를 이용해 5차례에 걸쳐 감시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후에도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하며 해양 분쟁지역화하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ㆍ중 양국은 2006년 이어도가 수중 암초로서 영토문제가 아닌 해양경계 획정문제라는 데 합의하고 14차례에 걸쳐 EEZ 경계 획정을 위한 회담을 열었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中 관할권 황당 주장 논리는?= 중국이 이어도 관할권을 주장하는 논리는 크게 세가지다. 우선 이어도는 수면 아래 암초인 만큼 해양과학기지를 비롯한 이 지역에서 이뤄지는 한국의 행동은 아무런 법률적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서로 마주보는 국가 간에 적용되는 중간선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국제법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중간선 원칙은 해양경계선 획정 분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근현대 국가에서 나온 영토주권상 개념이기도 하지만 모든 국가가 오래 전부터 공인해 온 묵계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어도에 대한 한국의 영토주권 행사는 일방적인 점령이 아닌 역사적으로 자연스럽게 취득한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당연한 주권 행사라 할 수 있다.

중국이 다음으로 드는 근거는 이어도가 중국대륙판에 속하며 중국 영해와 200해리 EEZ에 있기 때문에 중국영토라는 것이다.

그러나 황해와 동중국해는 유라시아판 위에 있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의 공유 대륙붕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오히려 이어도의 지질구조는 중국대륙보다는 제주도와 보다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특히 중국이 베트남과 통킹만 대륙붕 경계획정을 할 때에는 해저지형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어도에 대한 중국의 주장은 자기부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이 세 번째 드는 근거는 해안선의 길이와 인구비례 등 형평의 원칙을 적용해 해양경계를 획정해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육지영토 면적은 세계 3위이지만 해양영토 면적은 일본의 5분의 1도 안되는 중국이 나름 고심 끝에 만들어낸 논리인 셈이다.

▶‘이어도 도발’의 숨은 속내는?= 최근 중국의 이어도 도발에 대해 한 외교 전문가는 “중국은 이어도를 잃으면 프랑스 면적의 영해를 잃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첫 항공모함인 바랴크호가 올해 첫 실전배치되는 등 강력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해양 지배권을 확대하기 위한 전초기지를 이어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도가 ‘해양대국 중국’ 건설의 중요한 기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중국이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이어도를 또다시 도발하고 나선 것은 한국정부에 대한 불편한 심기 표출과 국면전환용 카드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중국 고위급 인사가 이어도 관할권 문제를 꺼내든 시점이 공교롭게 3월로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문제가 한창인 와중이라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도주의적 차원이라는 대의명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중국이 탈북자 강제 북송문제가 국제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에 대한 일종의 대항 카드라는 것이다.

또 이어도가 한국민에겐 ‘정신적 트라우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어도를 영토분쟁으로 확대시켜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자는 노림수도 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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