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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증·진술 상당수 확보…대가성·용처에 수사력 집중
檢, 파이시티 수사 어떻게 되나
최시중 前위원장 자백
윗선 수사 초기부터 활기

인허가 청탁명목 관련
檢, 알선수재혐의 적용 자신

박영준 계좌추적 착수
주무관청 연루여부도 조사



파이시티 개발 인허가 로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5일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전격 소환하면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대개 로비사건 수사는 밑단부터 훑어 윗선으로 올라가는 게 수순이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최 전 위원장의 ‘신속한 자백’으로 윗선에 대한 수사가 초기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에 대한 수사를 일단락 지은 직후 또 한 명의 정권실세인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해서도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후 서울시, 서초구청 등 주무관청 소속 공무원들이 파이시티 개발 인허가 로비에 연루됐는지, 청탁을 받아 실제 인허가에 영향을 줬는지 등을 본격 수사할 예정이다. 현 정부 최고 실세인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의 혐의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파이시티 로비사건 수사는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돈 받았다” 자백 최시중, 대가성 입증이 핵심=최 전 위원장이 이미 브로커 이동율(61ㆍ구속) 씨에게 억대 자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용처에 대해서는 말을 바꾸고 있다. 지난 23일 첫 시인 때는 “대선 경선 여론조사 비용 등에 썼다”고 했다가 24일엔 언론에 “후원금 명목”이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는 데 자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를 뒷받침할 진술과 물증을 상당수 확보했으며, 소환조사 뒤 조만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이다. 이는 이번 소환 조사에서 돈을 받은 경위, 액수, 사용처 등이 드러나면 더욱 명확해질 전망이다. 대검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돈의 대가성과 용처 수사가 핵심”이라며 “최 전 위원장에게 이에 대해 강하게 추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피내사자 신분으로 출두했다. 그의 말,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의 말속에 어떤 의미가 포함돼 있을까. 성실히 뭘 다 말하겠다는 것인지,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것인지 관심이 쏠려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박영준도 출국금지, 소환 초읽기=검찰 수사의 다음 타깃은 박영준 전 차관이다. 검찰은 시행사인 파이시티 이정배(55) 전 대표로부터 “박 전 차관에게 10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의 계좌 추적에 나서는 한편 출국금지 조치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사실상 박 전 차관의 소환 준비에 착수했다는 의미다. 검찰은 2007년 당시 서울시장 정무보좌역을 지낸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서울시 등에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차관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실장은 24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2007년) 당시 박 전 차관이 전화해 ‘파이시티 사업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강 전 실장은 “구체적인 압력이나 청탁은 아닌 것으로 느꼈다”며 실제 도움을 준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박 전 차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 이 전 대표가 주장하는 로비액수와 검찰이 확인한 금액 간 차이도 좁혀질 전망이다. 이 전 대표는 총 61억여원을 브로커 이 씨에게 로비자금으로 전달했다고 진술한 데 비해 검찰은 현재 11억여원에 대해서만 확인한 상태다.

▶서울시 등 주무관청도…대선자금 수사 확대는 ‘글쎄’…=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 관여했던 서울시, 서초구청 등 주무관청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된다. 최 전 위원장, 박 전 차관 등 윗선이 실제 인허가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주무관청 공무원들이 이 같은 윗선 지시에 따라 파이시티가 인허가를 받는 데 특혜를 줬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

핵심은 인허가 자체보다는 그 이전 단계인 용지 용도변경에 로비가 개입했느냐다. 파이시티가 매입한 양재동 225번지 일대 8만6002m² 부지는 1982년 당시 ‘유통 업무설비’ 용지로 지정돼 있었다가 2005년 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두 차례 자문을 거친 뒤 2006년 5월 대규모 점포 등 상업시설 조성이 허용되도록 용도가 변경됐다. 일부에서는 시의원에게도 로비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선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는 최 전 위원장의 자백으로 촉발된 ‘대선자금 수사’로의 확대 가능성도 주목된다. 최 전 위원장은 청와대가 부담스러워할 만큼 파장이 커지자 24일 “와전됐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한번 불 붙은 대선자금 전용설은 자체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인허가 사건 수사”로 못박고 있지만 “드러나면 드러나는 대로 가겠다. 자금 사용처에 대해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며 수사 여지를 남겼다.


<조용직 기자>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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