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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막장 드라마같은 저축은행 대주주 비리
영업정지된 4개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드러난 경영진과 대주주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는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해외로 돈 빼돌리기, 고객 예금으로 임직원들 돈 잔치 벌이기, 담보가치 부풀려 불법 대출해주기 등 나올 수 있는 비리는 모두 나왔다. 게다가 퇴출을 모면하기 위해 서로 편법 증자에 참여하는 신종 수법까지 등장했다. 상상을 초월한 경영진과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에 예금자는 물론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한 심정이다.

미래저축은행은 2010년 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에 26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이 기간 임직원 급여는 30%나 올랐다. 뿐만 아니라 복리후생비와 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10억원이 넘는 돈을 추가로 뿌렸다. 솔로몬저축은행은 퇴출 한 달 전 직원들이 자사주를 살 때 빌렸던 37억원의 대출금을 회사가 갚아줬다. 사기 진작 차원이라고 하지만 망하기 직전 그들만의 돈 잔치를 벌인 것이다. 그야말로 막가파식 경영이 따로 없다.

임직원에 대한 선심은 결국 대주주 비리를 입막음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체포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비리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수백억원대 회사 보유 주식을 몰래 사채시장에 내다팔아 현금화하는가 하면, 필리핀 카지노에도 투자한다며 회삿돈 200억원을 더 빼돌렸다 들통이 났다. 별장지기에게 맡겨놓았다가 도둑맞았다는 56억원은 무슨 돈인지도 불분명하다. 임석 솔로몬 회장은 외국 선적 선박을 실제보다 비싼 값으로 매입하는 것처럼 꾸며 100억원가량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단서를 검찰이 잡았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크든 작든 예금자 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의 대주주와 경영진은 엄격한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사기 전력에 신용불량자까지 저축은행을 경영하니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할 정도다. 저축은행이 이 지경이 된 데는 무엇보다 당국의 감독 소홀 탓이 크다. 대주주와 경영진이 고객 돈을 제 주머닛돈 쓰듯 해도 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자격 미달자는 아예 금융기관 대주주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적격성 심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금융감독기관 인사들이 저축은행 임원으로 자리바꿈하는 관행 역시 뿌리를 확실히 뽑아야 한다. 언제까지 재탕 삼탕 막장 드라마를 보고 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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