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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민주화 전쟁’ ... 재계 반발에 정치권 “오래된 녹음기”
[헤럴드경제=홍석희ㆍ양대근 기자]사상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재계의 주장에 정치권은 “위기를 기회로 자기 뱃속만 챙기려는 속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만능 규범으로 여기면 안 된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는 재계를 향해 “과거 재벌 중심의 성장 정책으로는 경제발전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맞받아치고 있다.

여ㆍ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의 경제민주화의 요지는 과거 성장 위주의 정책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성장과 함께 분배를 통한 격차를 줄여나가야만 한다는 게 경제민주화의 요지인 셈이다.

여기엔 재벌에 집중된 한국경제의 고질병에 대한 비판도 곁들여 있다. 경제력 집중이 과거 수출 중심의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하지만, 이같은 모델이 계속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은 부(富)의 쏠림만 재촉할 뿐, 중소기업 등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5일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여의도연구소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재벌은 힘을 남용하고 있고 재벌ㆍ중소기업ㆍ상인ㆍ근로자 등 경제주체들간 힘의 견제가 작동하지 않고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최고위원은 “부당한 편취ㆍ불공정거래 심화되고 재벌의 시장 점유가 집중되면서 독점의 폐해가 있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재벌의 문제점을 고치지 않으면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진보성향 경제학자인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비례대표)도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기업이 어렵다는 것은 사실은 서민경제가 죽었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라면서 “서민경제가 살면 기업이 살 수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대기업 고용과 관련 “대기업이 투자를 한다고 했지만 지금 고용이 안늘었다. 투자로 기업 자동화가 돼서 고용을 잘라 버리면 그게 우리가 원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전 세계는 국민경제와 기업들이 함께 잘 살자고 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자신들만 잘살자고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반격은 전날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싱크탱크격인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개최한 정책토론회와 뚜렷이 대비된다. ‘경제민주화, 어떻게 볼 것인가 - 2012 대한민국에의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자유주의 성향 학자들은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현재 진보진영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확대해석하면 곤란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신석훈 한경연 박사는 “헌법 제119조 제2항에 명시된 ‘경제민주화’ 문구를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만능 규범처럼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고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학과 교수도 “경제민주화는 소유의 평등을 전제로 한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전제로 삼고 있으며 보편적 복지나 재벌개혁과도 무관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김종인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은 “대기업들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하는 경제학자들이 헌법조항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된 지금이야말로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반론을 펼쳤다.

정치권은 19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입법을 강화하는 등 의지를 다지고 있어 향후 재계와의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반면에 여야의 과도한 경쟁으로 경제민주화가 방향을 잃고 국민에게 외면받아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관심사는 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재벌개혁이 아니라 내 아들이 빨리 취직되고 내가 어떻게 좀 잘 살고 집값이 좀 떨어지고 물가가 떨어지는 이런게 관심사”라면서 “경제민주화가 너무 국민들의 피부에서 먼 쪽으로 가게 되면, 예컨대 (선거를 위한) 재벌 때리기로만 가게 되면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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