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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다양성 부족한 대법관 후보자 선임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 4명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다양성 논란이 거세다. 후보자들은 판사와 검사 경력 30년의 전문 법조인들로 훌륭한 인품과 자질을 겸비한 인사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성별과 학연, 출신지와 이념적 성향이 다른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그릇의 용량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선의 저변에는 법원의 변화보다는 안정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듯하다.

후보자에 포함된 김신 울산지청장은 부산·경남에서 주로 근무해온 이른바 ‘향판’ 출신이자 장애인으로 그동안 소외된 소수를 배려하는 판결을 많이 해왔다. 또 고영한 법원행정처 차장은 1991년 이른바 ‘국시(國是) 발언’ 파문을 일으킨 유성환 당시 신한민주당 의원에 대해 ‘공소권 없음’ 판결을 내린 용기 있는 법관이다. 대법원은 이들을 통해 나름 다양성을 보완했다고 생각하지만 많이 부족하다. 결국 서울법대-남성 위주에 이념적 보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여성 후보자가 철저히 배제된 것이 아쉽다. 이 문제는 지난 1일 ‘대법관추천위원회’가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13명의 명단이 발표될 때부터 불거졌다. 당시 추천자 가운데 여성은 단 1명도 없었다는 것은 논란을 넘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일부 여성계와 정치권이 재선임을 요청하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천위는 “일부러 배제한 것이 아니라 추천자 중 적임자가 없었다”고 해명하나 설득력이 없다. 적임자가 없는 게 아니라 여성 대법관을 뽑겠다는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사회 전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과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시대적 변화를 대법원이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청안을 받아들이면 이들 후보자는 앞으로 5년간 대법관으로 일을 하게 된다. 새 대법관 후보자는 임용에 앞서 이번 선임과정에서 제기된 다양성 논란의 의미를 진지하게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발전과 변화의 이면을 꼼꼼히 살피고 판결에 반영, 다양성 논란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대법원에 대한 신뢰가 유지된다. 아울러 국회는 이들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치되 정치적 쟁점화는 피해야 할 것이다. 1년 가까이 공석으로 남아 있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임 문제를 조속히 매듭 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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