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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규제 온상이길 자처하는 19대 국회
국회가 어렵사리 문을 열었다. 국회법이 정한 대로라면 27일 전에 개원했어야 한다. 늑장 개원도 반성의 산물이기보다 호된 비판여론에 떼밀린 결과다. 그래선지 앞날도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제출된 법안 중에는 무슨 연유인지 규제 장치로 잔뜩 채워진 것이 수두룩하다. 반(反)기업 법안이라 할 만한 법인이 마흔 개가 훨씬 넘는다. 예산과는 무관하게 선심성 복지 법안도 수십 개나 쏟아냈다. 경제 위기에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순리인데 그 반대로 가는 국회다.

여야 할 것 없이 규제가 무슨 전가보도(傳家寶刀)나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민주통합당 일각에서 제기한 서울대 폐지 주장도 실상은 마찬가지다. 물론 서울대가 안고 있는 각종 부작용과 병폐에 대한 손질까지 마다하자는 것은 아니다. 고칠 것은 과감하게 고치되 국가 차원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능과 수단마저 무시하고 그 싹까지 자르자면 곤란하다. 소수 엘리트 위주의 사회 풍토를 못마땅해하는 다수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가 너무 속보인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도 반대 목소리로 없었던 일이 된 사안을 다시 꺼낸 것부터 이상하다.

다가오는 대선이 문제다. 대통령 당선이 지상 최대 목표가 되는 이상 타협과 양보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19대 국회 첫해는 소모적 정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무조건 표를 좇는 정치 풍토는 이미 개탄스런 지경에 이르렀다. 기선제압용으로 이해하기엔 황당한 내용들이 버젓이 법안으로 등장하고 또 당내 핵심 언로를 타고 있다. 사회공동체와 국가 차원의 이익보다는 표를 끌어모으고 보자는 알량한 책략이 뻔한데도 여론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니 사탕 소재들이 쏟아져나오는 것이다.

5일부터 30일간 임시국회를 연다고 한다. 어제 강창희 신임 국회의장은 본회의 인사말에서 “국민에게는 보지 않아도 보이고 듣지 않아도 들리는 진실의 눈과 귀가 있어, 그 진실의 눈과 귀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더도 말고 이 말대로만 하라는 것이다. 대기업 때리기에도 도가 있다. 규제 남발은 퇴보의 지름길이다. 선거 때마다 대기업을 공공의 적으로 간주해온 전력이 역겹다. 일시적으로는 팍팍한 삶에 짜증 난 다수 서민들이 부의 편중,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어느 정도 삭일 수는 있을지 모르나 근본은 못 된다. 정치가 정치로 서민의 삶을 향상시킬 의무를 간과하고 사회적 순기능마저 백안시한다면 이는 언어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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