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 강화에만 골몰하던 북한이 김정은 체제 이후 경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당 기관지에는 경제 기사가 부쩍 늘었고, 최고지도층의 발걸음도 경제 관련 시설 쪽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리영호 총참모장 숙청 이후 군이 가졌던 경제이권들의 대거 민간 이양을 점치는 해석도 크게 늘었다. 하반기 획기적인 경제 개혁 조치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많다.

▶‘경제’ 강조 노동신문=최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면에 경제 기사를 비중 있게 배치하고 있다. 김정일 체제 때 경제보다는 최고지도자 동정이나 당 정책 등을 주로 다룬 것과는 사뭇 다르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올 1~3월 노동신문 기사를 정치, 경제 등 7개 분야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 전체 기사 중 경제 기사 비중이 1월 132꼭지, 2월 141꼭지, 3월 233꼭지로 증가세를 보였다. 1~3월 경제 기사 분량은 총 506꼭지로, 김정일 때인 지난해 같은 기간의 439건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조 위원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내부적으로 개혁 분위기를 조성하고 외부 세계에도 변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고위층 현장 지도 테마도 ‘경제’=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김정은의 현지 지도는 군 관련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측근인 최룡해가 정치국 상무위원 등 요직에 오른 4월 무렵부터 놀이공원과 백화점 등 경제 관련 현지 지도가 유독 잦아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이 북한 매체를 인용해 정리한 ‘2011~2012년 최영림 내각총리 공개활동’ 자료에도 올 상반기 경제 현장 방문 횟수는 47회로, 지난해 동기(20회)의 배를 넘는다. 최 총리는 김정은 체제 경제 분야 총책임자다.

정 위원은 “내각총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경제 현장에 다니고, 지난 5월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 때 리광근 합영투자위원장이 수행하는 등 일련의 개혁ㆍ개방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군부 숙청은 개혁 임박 ‘사인’=북한은 2002년 7월 1일 기업의 자율권 확대 등 시장경제 요소를 담은 ‘7ㆍ1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내놓았지만 군부의 반발로 흐지부지됐다. 그런데 최근 강경파의 숙청으로 군의 반발 가능성은 낮아졌다. 제2 경제 개혁 임박설이 힘을 얻는 이유다. 8월설과 10월설이 유력하다.

조 위원은 8~9월께 농업, 서비스ㆍ무역, 시장, 외자 유치, 금융 등 5개 부문의 개혁 단행을 점쳤다. 지식인 탈북자단체인 ‘NK지식인연대’도 8월을 예상했다.

이미 개혁 조치가 마련됐고 시행만 남았다는 분석도 있다. ‘구출하자! 북한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RENK)’는 노동당 간부에게 입수한 정보 등을 인용해 김정은이 6월 28일 ‘우리 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 확립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경제 방침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대북매체인 데일리NK도 이 같은 ‘6ㆍ28 방침’이 내부에 공표됐고 시행일자만 오는 10월 1일이라고 전했다. 


<신대원 기자>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