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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진보 ’땡처리‘하는 통진당
“동네 반상회도 이렇게는 안한다.”

25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가 끝나자마자 당 게시판은 참담한 심경을 토로하는 당원들의 글로 초토화했다. 당은 이날 오후 백범기념관에서 9시간에 걸친 회의를 열었지만 안건조차 확정하지 못한채 파행을 맞았다. 한 당원은 "10년간 지지했던 당인데..미련없이 떠나야할 당이라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정당의 국회격인 중앙위원회는 호통과 훈계, 말꼬리잡기와 트집잡기로 얼룩졌다. 같은 당헌당규를 놓고도 구당권파와 신당권파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데 급급했다.

강기갑 대표가 이날 오후 2시께 성원보고를 하자마자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의 중앙위원 자격 여부를 놓고 양측의 공방이 시작됐다. 정족수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기까지 꼬박 2시간이 걸렸다.

겨우 오후 4시께 정식 개의하자마자 이번엔 현장 발의와 회의 순서가 문제됐다. 구당권파는 ‘비례대표 선거 진상조사 후속조치에 관한 건’ 등을 현장 발의안으로 제출했으나, 신당권파는 이같은 안건이 현장발의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존 안건과 현장발의안건 중 무엇을 먼저 의결하느냐를 놓고도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신당권파가 추천직 중앙위원 인준 등을 먼저 의결해 자파 세력을 늘리려는 반면, 구당권파는 현장발의 안건을 먼저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고성도 오고갔다. 구당권파인 이상규 의원이 강기갑 대표를 향해 “꼼수”라고 비판하자, 강 대표는 “여기가 어딘데 당대표에게 꼼수라는 발언을 하느냐”며 정회를 선언했다.

저녁 8시, 저녁을 김밥으로 떼우고 나서도 입씨름만 계속했다. 중앙위원들 사이에서 “시간이 아깝다”는 성토가 이어졌지만, 양측은 여전히 앵무새처럼 자파의 주장만 되풀이했다.

결국 밤 11시가 되서야 강 대표가 폐회를 선언했다. 회순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 직전까지 폐회냐 정회냐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고 정회와 개회가 반복됐다. 이날 강기갑 대표는 총 6차례 정회를 선언했다.

토론의 기본은 경청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야 논의가 한발짝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국회의원과 최고위원, 선출직 중앙위원들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올법한 상식조차 모르는 듯했다. 그들이 가차없이 비판했던 아집과 불통이 진보의 이름으로 되풀이 되고, 진보는 갈수록 ’땡처리‘되고 있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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