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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언제까지 과거사에만 매달릴 건가
‘과거사’ 문제가 대선 정국 초반 최대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유신 시절 인혁당 사건에 대한 위태로운 인식의 일단을 드러내며 틈새를 보이자 야권이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기는 모습이다.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선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18일 “새누리당은 군부 독재 권력을 뒷받침했던 공화당과 민정당이 이름을 바꾼 정당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박근혜=박정희=독재세력’의 프레임으로 대선 정국을 주도해 보겠다는 노골적인 의도인 셈이다.

과거사를 올바로 평가해 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과거에 대한 진정한 반성 없이는 결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연일 물고 늘어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 현대사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매우 복잡하고 민감하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이념적 성향에 따라, 심지어 지역에 따라 판단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두부 모 자르듯 공과(功過)를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박정희 시대의 어두운 면만 들춰내 어떻게든 정치적 이득을 꾀하려는 민주당의 의도는 비겁하다. 하지만 박 후보가 이를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박 후보와 박 전 대통령을 따로 떼내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 후보가 오늘의 정치적 위상을 구가할 수 있는 것은 아버지의 후광이 결정적이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박 후보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입장을 사안별로 정리해 국민들 앞에 당당히 밝히는 것이 옳다.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 아닌가. 과오를 인정할 건 인정하고, 평가받을 건 제대로 평가를 받으며 확실하게 마무리하라는 것이다.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며 어물쩍 넘길 일은 아니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국운을 가름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 일촉즉발의 대치가 심상치 않고, 지구촌을 짓누르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제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안으로는 마약ㆍ성폭력 등 악성 범죄가 판을 치고, 1000조에 육박하는 개인 채무는 중산층 붕괴로 이어질 조짐마저 일고 있다. 12월 대선 당선자가 떠안아야 할 짐들이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를 풀어갈 각 진영의 미래 비전은 보이지 않고, 정치권은 연일 과거사 타령만 하고 있다. 가야 할 길이 천리인데 이미 고인이 된 ‘박정희 대 노무현’의 대결로 치닫는 대선 정국이 한심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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