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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해이한 군 기강 국방개혁 통해 잡아야
우리 군 기강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해이해졌다. 지난 2일 동부전선을 통한 북한군 병사 귀순 사건 처리과정은 이런 우리 군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북한군 병사가 우리 측 철책을 넘어 병사들 생활관(내무반)까지 오도록 새까맣게 몰랐다는 것만 해도 허술한 경계태세에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다. 그러나 귀순 북한병은 앞서 동해선 경비대의 출입문을 두드렸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다른 소초로 갔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적군이 귀순을 하러 왔다고 최전방 군부대를 헤매고 다니는 코미디 같은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찔하고 당혹스럽다.

더 한심한 것은 허위와 은폐로 일관하는 보고체계다. 해당 부대는 사건 발생 당일 소초에 설치된 CCTV를 보고 북한군 병사임을 확인, 신병을 확보했다고 최초 보고했다가 다음날 출입문을 두드렸다고 정정보고를 했다. 그런데 합참 상황실은 정정 내용을 윗선에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아 합참의장이 국감장에서 공개 거짓말을 하고 이틀 뒤 이를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장면이다. 합참의장은 결국 8일이나 지나서야 제대로 된 보고를 받았다. 이런 엉터리 군대가 또 어디 있겠는가.

사건 축소와 은폐는 이제 군의 고질병이 되다시피 했다.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사태 때도 사건 발생 시각을 허위 보고하는 바람에 큰 소동이 벌어졌고 군 기강 해이가 도마에 올랐다. 그런데도 군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하긴 이번 사건은 운이 없어 실체가 드러났을 뿐 쉬쉬하며 덮어버린 유사 사건이 수두룩할 것이다. 물샐틈없는 경계와 정확한 보고는 군대의 기본이며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우리 군은 껍데기뿐인 죽은 군대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군 당국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 주재로 전군 작전지휘관 회의를 열고 기강 확립과 경계 시스템 보강 방안을 논의하는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군 기강은 매일 회의만 한다고 세워지는 게 아니다. 말뿐인 철통 경계와 기강 확립은 이제 국민들도 믿지 않는다. 실천적 자세가 중요하다. 우선 경계 실패와 허위보고 관련 책임자는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문책, 일벌백계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을 하루속히 완성하는 것이다. 관료화된 군을 야전부대 중심의 강군(强軍)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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