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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드라마, 마지막회는 안봐요”영국인 한류블로거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기존 K팝 한류 가수들은 거의 일본을 거쳐 중화권 정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다 최근 유럽과 남미까지 활동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싸이는 일본을 거치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바이러스처럼 확산돼 글로벌 스타가 됐다. 한류의 유통 폭이 다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류가확산되면서 한류 팬도 늘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한류 사이트를 운용하는 영국인 블로거 2명을 만나 한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의 초청으로 방한한 이들은 ‘Korean Class Massive'(www.koreanclassmassive.blogspot.com)에 한국문화에 관한 다양한 글을 올리는 한류팬이다. 3명의 영국인이 필진인데 이번에는 애나벨 해리슨(25, Annabel Harrison)과 엠마 호(26, Ema Ho)만 방문했다. 이들은 싸이의 인터뷰에도 참가하는 등 5박6일간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애나벨은 옥스포드대학에서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역사를 전공했으며, 부모가 홍콩 출신인 엠마는 대학에서 디지털 영상을 공부한 후 철도회사에 다니고 있다. 



-어떻게 한류팬이 되었나?

애나벨=영국의 특정 채널에서 한국영화를 보다가 한국어를 익히려 런던에 있는 한국문화원에 갔다. 그러다 K팝과 드라마로 관심이 확대됐다. 주영 한국문화원에서 관심이 비슷한 3명이 좋은 느낌의 한국문화를 알리자는데 동의해 한류 사이트를 만들게 됐다.

엠마=2002년 영국에서 한국영화축제중 방영된 영화 ‘말아톤'을 봤다. 조승우의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영국 영화와 너무 달랐던 한국 영화에 관심이 생겼고 대학 졸업후 K팝도 열심히 들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전통과 현대를 접목하는 게 인상적이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K팝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애나벨=영국 드라마는 성인 중심이며 어둡고, 우울한 편이다. 마약과 술 먹는 장면이 많다. 반면 한드(한국드라마)는 밝고 재미있다. 다양한 계층이 좋아할 수 있다. 손 잡고 키스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최근 ‘응답하라. 1997'을 봤는데, 인간적인 관계에 얽히고 섥힌 이야기가 재미있다. 캐릭터가 꿈이 있고 각각 성장하며 꿈을 공유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엠마=‘메리는 외박중'과 ‘풀하우스' DVD를 홍콩의 친구가 보내줘 봤는데 난리가 났다. 한국드라마를 보면 러브스토리 외에도 노래방 등 일상생활을 알 수 있다. ‘꽃보다 남자'를 보고 집에서 김치를 만들었다.



-싸이의 세계적 열풍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애나벨=음악이 좋다. 들기 쉬운 리듬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꽃미남으로 이뤄진 아이돌 그룹과 과 달리 아저씨처럼 생긴 게 많은 사람을 흡수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엠마=영국인들은 유쾌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싸이가 인기다. 영국 가수들은 춤을 잘 안춘다. 영국은 아이돌 그룹도 춤을 안 추고 마이크 잡고 편안하게 노래 부른다. 한국처럼 군무를 안춘다. 반면 싸이의 춤은 따라하기에 좋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영국인이 다 알까?

애나벨=영국 국영 라디오에서도 방송돼, 웬만하면 다 알 것이다. 영국 여자 4명으로 구성된 댄스가수팀이 ‘선데이 브런치'라는 토크쇼에 나가 ‘강남스타일' 말춤을 가르치기도 했다 .



-그래도 K팝한류의 주대상은 아이돌그룹이 아닌가

애나벨=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군무를 연습하는 영상까지 다본다. 그들의 노력과 땀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 노래와 춤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게 됐는지를 안다. 영국 유명 가수는 파티나 행사에가기 바쁘다. 한국 가수들은 하드 트레이닝이다. 그 노력을 가상하게 생각한다.

엠마=미국에서는 K팝 아이돌 같은 팀이 나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영국인들은 밴드에 관심을 가져 아이돌 인기는 보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국 아이돌 그룹을 받아들이는 걸 감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K팝 가수중 영국에서 인기가 많은 팀은?

애나벨=영국에서 첫 공연한 한국가수는 샤이니다. 빅뱅도 기다리고 있고 비스트, 엑소(EXO) 같은 스타일이 영국에서 먹힌다. 백뱅 티셔츠는 한시간만에 품절됐다. 씨엔블루는 영국에 가깝다. 비스트와 엑소는 영국인에게 완전한 새로움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아쉬운 점은 없는가?

엠마=드라마 ‘시티헌터'를 보면 총을 맞고, 살아있다. 결말의 구체성이 떨어진다. 공항에서 이민호가 떠났는데, 행복했는지, 아닌지 결말에 대한 설명이 적다

애나벨=마지막 에피소드를 빼고 본다. 결말을 예상하고 보면 너무 ‘허무'하다. 긴장이 고조됐지만 마지막에는 실망한다. 서로 웃으면서 끝나는 마지막회는 뻔하니 보지말라고 한다.



-한국 대중음악의 단점을 대달라?

애나벨=딱히 떠오르는 건 없지만 오랫동안 갈망하면서 기다린 가수가 복귀하면 노래가 실망스러운 경우가 있다. 한류 가수의 스캔들과 루머를 들었을 때도 실망한다.

엠마=가수의 멤버 교체가 너무 싫다. 정을 들여놓은 상태에서 새롭게 정을 주기는 힘들다. 그리고 한국 아이돌이 화장을 많이 하고 여성스러운 면은 영국인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영국 사람들은 마초 스타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춤은 좋하한다. ‘스파이스걸스'가 처음에 인기가 좋았지만,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인위적인 면이 있어 안됐다. 한국 가수의 춤은 좋다.



-K팝이 영국에서 메인스트림에 들어갈 수 있을까?

애나벨=비틀즈와 콜드플레이는 가사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한국은 가사가 의미심장한 노래가 없다. K팝이 영국의 메인스트림은 안될 듯 하다.

엠마=영국에서 K팝을 좋아하는 팬층이 견고하고 액티브하지만 극단적이다. 많이 알거나 아무 것도 모르거나다. 평균적인 영국인은 싸이 외에 한국 문화를 잘 모르지만 케이팝 팬층은 분명히 있다. 이들은 젊은 층이다. 중년, 노인들은 별 관심이 없다.



-한류 블로거로서의 활동은 어떻게 하나?

애나벨-한국 문화와 한국 행사에 참여하고 그 소감을 포스팅한다. 영국에서의 한국 행사를 공지하고 참가를유도한다. 서로 한국문화를 배워서 영국의 젊은 층을 끌어들였으면 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사진설명=영국에서 한류 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영국인 블로거 애나벨 해리슨과 엠마 호(왼쪽)는 보통 한국인보다 한국드라마와 K팝을 대하는 안목이 더 전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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